2010

11월

08

돈(money)은 앞으로 우리에게 어떻게 존재할까요?

제가 어릴때만 해도 서울은 큰 도로 외에 동네 골목은 포장이 되어있는 곳도 있고, 비포장인 곳도 많았습니다. 대부분은 비포장이었습니다. 국민학교에 들어간 후로도 한동안 새로 생기는 동네(?)나 외곽의 동네들은 비가 오면 시궁창 처럼 길이 엉망이었고 조금씩 포장이 되어갔었습니다. 전봇대는 까만 기름이 잔뜩 묻은 나무 전봇대가 콘크리트 전봇대 보다 많았고 가끔 새 나무 전봇대(?)가 들어오면 스쳐도 손에 까만 기름이 잔뜩 묻어서 흙바닥에 손을 박박 문질러 씻고(?) 뛰어놀았습니다.
지금은 볼 수 없지만 당시에는 땅그지라 놀리는 애들이 많이 있었고, 대부분 땅에 떨어진 과자나 아이스께끼는 다 혀로 핥아서 흙을 뱉어낸 후 맛있게 먹었습니다. ( 과자도 드물었고 잘 사먹지도 못했었네요. )

흰 팬티에 까만 고무줄을 넣어서 입는건 기본이었고 다들 구멍난 양말을 꿰매어 신고 바지도 다른 헝겁으로 덧대어 입었었습니다. 다들 그랬지만 그게 참 부끄러웠던 기억이 납니다. 사실 부끄러운것도 아닌데요.

월급날이라는걸 몰랐지만 아버지께서 누런 종이봉투에 먹을것을 사들고 들어오시는 날은 어머니도 아버지도 함박 웃음을 짓고 계시는 날이었습니다. 당시에 어르신들은 줄을 서서 월급을 받으셨다고 합니다. 가슴에 소중히 품고 귀가를 하셨더랬죠. 아버지가 어머니에게 드물게 승리하는 하루 이기도 했을겁니다. 솜뭉치도 아니고 눈앞에 배추 색깔의 돈뭉치를 보여주는 날이니까요 ㅡ.ㅡ;

언제부터인지 월급은 통장으로 들어갑니다. 월급날이 되어도 예전의 설레임은과 두려움(?)은 없어진지 오래입니다. 더군다나 요즘은 현금보다는 점점 카드를 많이 사용하게 되었습니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만원이 안되는 무언가를 카드로 결제한다는건 상당한 용기와 눈치가 필요했습니다만 요즘 주변을 보면 점점 사용빈도가 높아지더군요.

언젠가는 돈이라는 현금은 사라지고 카드만 사용하게 될지도 모릅니다. 경제관념 없는 제가 알기로는 돈은 금을 은행에 보관하고 그 금의 가치만큼의 돈을 찍어내어 금 대신 사용하는 것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 이걸 배째는 나라는 미국이라고 하더군요 ㅡ.ㅡ; 달러의 값어치 때문인지, 가장 중요하게 사용되는 돈이라서 그런지는 모르겠습니다만. )

갑자기 그런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런식으로 가다가는 인류가 물물교환을 시작으로 점점 발전해온 현재의 화폐라는 거래 방식이 앞으로는 눈 앞에서 사라지지 않을까? 하는 것입니다.
가령 우리는 현금을 보고 돈이라고 느꼈고 그 돈으로 무언가를 구매할 수 있음을 기대하고 부를 모아왔습니다. 눈 앞에 돈이 없을경우는 물건도 살 수 없었지만 이제는 내 수중에, 내 통장에 돈이 없더라도 크래딧 카드를 가지고 그 사람의 신용을 금융권에서 담보로 물건을 살 수 있는 세상이 되었습니다. 돈의 부피가 돈의 크기를 결정하는 시대에서 동일한 두께의 크래딧 카드가 상황에 따라 엄청난 숫자의 금액이 되기도 하고, 쓰레기 플라스틱이 되기도 하는 세상이 되었습니다.

앞으로는 카드마저 없어지겠죠. 아니면 단 하나의 자신의 아이덴티티가 담겨있는 ID카드 하나, 또는 칩만 있으면 될 것 입니다. 이젠 통장도 사라지고 내 디지털 디바이스에서 숫자를 보면서 나에게 얼마가 있는지 알게 될 것입니다.

갑자기 답답해 지더군요. 우리는 앞으로 실제로 존재하지도 않고 디지털화 된 숫자를 보면서 웃거나 우는 세상에서 살게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디지털 기기에 적혀있는 숫자로 물건을 소비하겠죠. 경우의 수는 적지만 누군가의 조작으로 숫자가 바뀌어도 증명할 방법이 없으면 순식간에 거지가 될지도 모릅니다. 손에 잡히지도 않고 눈앞에 있지도 않은 그 숫자에 잡혀서 숫자의 자릿수를 잃어버리지 않으려 발버둥치면서 살아가게 될지도 모릅니다.

세상을 사는동안 내가 그 숫자를 바라보고 숫자를 따라가는동안 얼마나 많은 사람들과 어린아이들이 어딘가에서는 죽 한 끼 못먹고 쓰러져가고 있을까 생각하면 가슴이 아픕니다. 가정이 있고 아이가 있는 가장으로서 ( 딱히 하는것은 없지만 ) 참 많은 고민과 생각을 하면서 살아가고 있지만 이런 생각이 들 때마다 ‘이렇게 사는것이 정상적인것일까?’ 하는 한 켠의 소리도 들리곤 합니다. 숫자에 연연하지 않고 내 숫자를 빼내어 힘들고 어려운 사람들에게 던져줄 수 있다면 오히려 천국에 들어갈 때 칭찬받지 않을까요?

조금 걱정입니다. 사람들은 재화를 쫓고 그것이 잡힐때 안도를 하면서도 그 공허함을 이기지 못해 더욱 그것에 매달리게 되는데, 만약 숫자만 남아 우리를 옥죄여 온다면 숫자에 더욱 연연하며 많은 사람들을 더 어렵게 하고 힘들게 하지는 않을까 하는 생각입니다. 돈의 가치가 나만의 편의를 위해서 사용하게 되지 않기를 기도합니다. 언젠가는 한국인들이 그렇게 좋아하는 부동산을 팔아도 디지털로 숫자만을 확인하는 시대가 되겠죠.

어쩌면 그때엔 돈 보다 더 중요한것들이 세상에 많다는것을 오히려 깨닫게 될수도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