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04월

19

마음이 따뜻해지는 동영상 – 작은 친절과 관심이 세상을 바꿉니다.

2005년 이었던 것같습니다. 늦은 밤에 편의점 앞에 세워둔 승용차에 불이 붙었습니다. 편의점에 잠시 볼 일이 있어서 노부부에 가까운 중년 부부가 들어갔었던 것같은데 그 사이에 과열인지 엔진룸에서부터 불이 나기 시작했습니다.

중년 부부는 어쩔줄 몰라하면서 주변에 누가 전화 좀 해달라고 소리쳤습니다. 차에 불이 난 것을 보자마자 바로 119에 전화를 걸었습니다. 전화를 끊고 전 정말 놀랬습니다. 대로변도 아니였고 골목에서 불이나서 사람들이 많지도 않았지만 모여서 구경하는 사람 누구도 신고를 하지 않았습니다.

부부가 전화해달라고 소리쳐도 “와 나 차에서 불난거 처음봐” 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었고, 대부분은 핸드폰을 꺼내어 사진과 동영상을 찍고 있더군요. 재밌다고 웃는 사람도 봤습니다. 상식적으로 이해가 가지 않더군요. 전 그런게 그냥 TV나 영화에서 그러는 것인줄 알았지, 현실에서 그러리라고는 상상도 못했습니다. 무섭기까지 했습니다. ‘이게 지금 우리사회의 현실이고 본 모습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재작년 겨울인가는 밤 늦게 퇴근하고 버스를 타려고 정류소로 가는데 대로변 건물 앞에 한 여자가 상의가 벗겨지고 팬티까지 다 보이는 상태로 드러누워서 울고 있고(심지어 브라도 없었습니다), 그 옆에 남자가 앉아서 고개를 숙이고 있더군요. 남자는 술에 취한 듯 보였고 (아마 여자도 취했겠죠) 연인으로 보였습니다.

대로변이라 지나가는 사람도 많았기에 누군가 신고를 했을 줄 알았습니다. 버스 정류장에서 멀리 보이길래 지켜봤는데 10분이 넘도록 경찰이 오질 않더군요. 분명 그 부근에 서서 구경하는 사람도 있고, 못 본 채 지나가는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바로 앞이 지하철역 계단이었기 때문에 늦은 시간이지만 왕래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었음에도 벗은 여자를 보는 눈요기나 남의 일 정도로 외면했던 것입니다. 혹시나 해서 버스를 보내고 112에 신고를 했더니 그런 신고가 전혀 없었더군요. 잠시 후 경찰이 왔고 여자는 경찰이 챙겨주는 옷가지로 정리를 한 후 황급히 자리를 떳습니다. 남자는 경찰에게 잡혀 있었구요.

다음 버스를 타고 집에 오면서 마음이 많이 안좋았습니다. 부끄러워서 그 추운 겨울에 고개도 못들고 벗겨진 채로 울고 있어도 사람들은 그 겨울의 날씨보다 더 차갑고 냉정했던 것입니다.

저는 정의의 사도는 아닙니다. 행패를 부리는 사람을 봐도 말리지 못하고, 고개를 돌리는 나약한 사람입니다. 하지만 남의 아픔을 하나의 유흥거리로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길에서 맞고 있는 여자를 보고 도와주려다 오히려 범죄자가 되고 소위 빨간 줄이 생기는 어이없는 글도 많이 보았습니다. 세상이 이상해 진거죠. 바른 말을 하면 교단에서 내려와야 하고, 다니던 회사를 떠나야 합니다. 악한자의 편에 서면 세상적으로는 성공하고 승승장구하는, 부패한 국가나 독재국가에서나 볼 수 있는 일이 이제 우리의 일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그것은 지금 우리도 그렇게 변해가고 있다는 것이겠죠.

저도 여자가 두들겨 맞으면 말리지 않습니다. 범법자가 되긴 싫거든요. 그래도 전화는 할 수 있습니다. 어려운 일이 아니에요. 지금 이 사회에서 아무리 경찰이 썩었다고 하더라도 그래도 잠시라도 그 상황을 멈출 수 있게 할 수 있는 방법은 있지 않나요?

막말로.. 119에 전화 하고 ‘불타는 차’를 사진 찍거나 동영상 찍어도 될 수 있는 것아닌가요? 어떻게 당사자 앞에서 시시덕거릴 수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연예인 사고에는 애도와 응원을 쏟아붇는 사람들이 정작 우리 옆의 모르는 사람들의 아픔에는 돌아서는 이런 이중적인 태도와, 이슈에는 너도 나도 선구자 처럼 뛰어들면서, 관심을 받지 않는 것들에는 무책임한 우리의 태도는 어디에서 나오는 것일까요?

분노해야 할 것에 잠잠하고 남의 아픔에 무관심 한 것은 살아있어도 이미 죽은 것과 다름없습니다.

세상은 항상 작은 정성과 관심으로 변해왔습니다. ‘네가 그런다고 세상이 변하는 줄 아냐? 너나 잘해라’ 라고 말하는 사람들의 비난에도 묵묵히 잘못된 것을 바로 고치려는 보이지 않는 작은 노력들이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왔습니다. 그리고 그런 비난을 하는 사람들에게도 혜택은 동일하게 돌아갔습니다.

가슴을 짠하게 하는 동영상은 아닙니다. 하지만 우리가 작은 관심을 가지고 작은 친절을 베푼다면 세상은 아주 느리지만 조금씩 변할 것입니다. 그리고 정성과 친절은 베풀면서 자신도 동시에 받는 기쁨입니다.

저는 너무 아름답고 행복한 사회를 바라지 않습니다. 그저 동영상 처럼 소소한 일상에서 서로를 배려하는 담담한 우리가 되는 건 어떨까요?

덧 : 이 동영상을 본 후 신문기사를 가급적 멀리 하세요. 저의 경우엔 재벌기업들의 땅투기에 대한 양도소득세 30%를 없앴다는 기사를 읽고 다시 바로 삐뚤어졌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