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05월

07

맥북. 아이폰 5C가 되거나 그냥 맥북이거나.

프리스비에 맥북이 전시되어서 3번 정도 방문해서 만져보았습니다. 사람도 많지 않아서 2시간 정도 마음껏 만져본 것 같습니다. 게다가 전시되어있는 에어와 바로 비교를 할 수 있어서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2시간 정도 만져본 것으로 그 제품에 대해서 말한다는 것이 맞지는 않겠지만, 기존 랩탑 제품과의 차이라는 점에서 비교를 해보았습니다.

키보드 타자 느낌.

macbook_01_150507

저는 타이핑을 많이 하기 때문에 가장 많이 비교를 한 것이 바로 키감 입니다. 거의 모든 시간을 키보드 비교에 할애했습니다. 그만큼 중요한 부분이기도 하고요. 개인적으로 그다지 좋은 느낌은 아니였습니다. 마치 아이패드의 액정화면에 타이핑을 하는 느낌이었습니다. 타이핑을 하는 순간 벽에 부딪히는 느낌입니다.

좀 거북하긴 하지만 적응이 안 되는 것은 아닙니다. 한참 타이핑을 하다가 맥북에어나 맥북프로에서 타이핑을 하면 잠시나마 살짝 높은 느낌이 드니까요. 적응의 문제보다 피로감의 문제가 클 듯 합니다. 액정화면에 타이핑을 하는 느낌이다보니 시간이 지날수록 손이 좀 피곤하더군요. 말 그대로 아이패드나 아이폰에서도 타이핑하는데 못할 것 없겠죠. 하지만 피로감으로 인해 오타가 늘어날 확률도 상당히 늘어납니다. 정작 오타의 문제보다는 피곤하다는 것 자체가 문제겠지요.

사과에 불이 안 들어온다고 이 영국놈!!!!

macbook_02_150507

액정을 닫는 순간 믿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납니다. 맥북이 아이패드로 변신하는 것입니다. 맥북을 열면 사과 로고에 하얗게 불이들어오는 그 아름다움을 어디다 내팽게쳤는지 그냥 금속재질의 로고에 묻은 지문만을 보게 됩니다. 맥북 시리즈의 정체성 중 하나라고 생각했는데, 그걸 버리다니… ㅜ.ㅡ

더 얇지 않아도 돼요. 제발.

제가 걱정되는 것은 혹시 맥북프로나 아이맥도 얇게 만든다고 맥북에 적용한 그 얇은 키보드와 금속재질 로고로 바꾸는 것입니다. 키보드가 나비 매커니즘인지 고양이 매커니즘인지 보다 사용자가 맘에 드는 것이 더 좋은 것이라고 봅니다. 기존의 키보드도 꽤 쓸만했거든요. 요즘 애플 제품을 보면 사용자보다 기술력을 자랑하는 느낌입니다. 아이폰도 얇게 만드려고 카메라가 튀어나온 ‘카툭튀’를 만들어버리고, 맥북도 더 얇게 만드려고 사용자들이 사랑하던 것들을 모두 빼내고 있습니다. 다른 업체보다 안 얇아도 돼요. 로고에 불빛이나 돌려달라구요.

새롭지 않습니다.

맥북은 새로운 제품이라고 말하는 분들도 많이 있더군요. 맥북에어가 사라질 것이라는 말도 합니다. 글쎄요. 저는 에어 사용자들이 더 가벼운 제품만을 기다렸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에어가 사랑 받았던 이유는 맥북프로 만큼의 성능은 필요 없으면서도 가볍게 들고 다니고 부담 없이 사용하는 제품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선택했습니다. 하지만 생각한 것보다 성능도 괜찮았죠. 그 가격에 그 성능이면 대단하다고 만족한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맥북에어는 PC시장에서 울트라 랩탑을 만들게 한 장본인이기도 합니다.

macbook_03_150507

맥북과 맥북에어 11인치 모델 비교.

근데 맥북은 새로운 제품이 아닙니다. 그렇게 말하는 분들은 대부분 맥북에어 보다 가볍고 서핑과 글쓰기 정도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도 많이 있다는 것입니다. 그 외에 여러 이유를 들기도 하죠. 그래서 여러 단자가 필요 없는 전문가나 글을 쓰는 사람들을 위한 제품이라도 합니다. 근데 문제는 에어도 가능하다는 거죠. 그러면서도 가격은 맥북에어 보다도 훨씬 비쌉니다. 무게는 13인치와는 차이가 많이 나지만 11인치와는 160g 정도만 차이가 납니다(장시간 들고 다닐 때에는 이것도 큰 부분이긴 합니다만). 그리고 이미 킥스타터에서는 USB-C 타입 단자가 달랑 하나만 있는 맥북을 위해 독을 만들기 위한 크라우드 펀딩이 진행 중입니다. 이미 모금액의 두 배를 훨씬 넘어섰습니다. 사람들이 말하는 것과는 달리 단자가 더 필요한 맥북이 필요하다는 것이라 봅니다. 충전단자 1개와 USB포트 1개만 필요했던 사람들에게도 맥북은 오히려 거추장 스러운 꼬리를 달게 되는 샘입니다.

킥스타터에서 진행중인 다른 USB-C 타입 허브도 있습니다. 독과는 달리 허브타입이라 그나마 들고 다니기에 간편하다는 것이 위안이 됩니다. USB-3.0 타입이면 저도 사고 싶을 정도로 예쁘긴 합니다. 하지만 허브가 없어도 되는 것과 허브가 꼭 필요한 것과는 다른 문제겠지요. 맥북은 적어도 포트가 모자라서 아쉬운 경우가 많을 수 밖에 없는 제품입니다. 모금액도 거의 4배에 가깝습니다. 아직 37일이 넘게 남았는데도 요.

저사양, 낮은 확장성에도 불구하고 그런 것을 필요로 하는 전문가나 사용자들을 위한 비싼 제품이 얼마나 많은지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그런 틈새를 위한 가격이 될 수는 없어 보입니다. 아이패드가 새로 나올 때와 같다, ODD가 없는 에어가 새로 나올 때와 같다고 말씀하는 분들도 많지만 아이패드는 전혀 새로운 제품이었고, ODD 없는 가벼운 랩탑은 이해가 되는 제품이었습니다. ODD가 거의 필요하지 않을 시점에 나온 제품이기 때문입니다. 맥북이 많이 팔리기 시작하면 울트라 랩탑이 나온 것 처럼 또 새로운 랩탑 시장이 열릴까요? 전 아니라고 봅니다. 그 가격을 들여서 그런 제품을 쓸 이유가 없으니까요(물론 애플 사용자의 경우에는 다를 수 있습니다).

에어보다 더 비싼 가격으로 더 낮은 성능의 제품을 사고 싶은 사람들이 얼마나 될까요? 그보단 에어 정도의 수준이라 생각하는 일반인들이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고 봅니다.

성능은 어떨까?

매장에서 사파리와 메모, 기본앱인 아이무비와 포토 정도만 테스트 해봤습니다. 다만 제품 문의를 하는 사람들에게 직원이 계속 맥북에어에 비해서 인터넷 서핑이나 메일 등 가벼운 용도 외에는 권하지 않는 다는 말을 하는 것을 봐서는 모바일 CPU 그 이상의 어떤 것도 기대하기 힘들 것 같습니다. 여러 창을 열고 사용하는 것도 불편할 수 있다는 이야기를 하는 걸 봐서는 선뜻 권하기 어려운 것으로 보입니다. 서핑과 사진, 동영상 관리 정도의 수준으로 사용하면 무난할 것 같긴 합니다.

그렇다고 안 팔릴까?

글쎄요. 제가 세 번을 들러서 매장에서 맥북을 둘러보는 동안에 국내에 출시되면 연락을 달라고 대기신청을 하는 분들이 좀 있었습니다. 그 중에는 여성분들이 더 많을 것 같습니다. 디자인만큼은 여자가 좋아할만큼 나온 것 같습니다. 여자가 관심을 가진다는 것은 좋은 신호입니다. 저의 생각과는 다르게 잘 팔릴 수 도 있겠죠. 하지만 맥북의 경우는 팔린 후 반응을 좀 봐야 확실할 것 같습니다. 제가 보기엔 맥북에어를 일부러 단종시키지 않는 한 제품군만 하나 늘린 것이라고 봅니다. 굳이 필요하지 않은 제품의 다양화만 이루어진 것 같습니다. 물론 맥북에어를 단종시키지 않는다는 가정하에 말입니다.

많이 팔렸더라도 실망이 커지고 불편함이 커진다면 이 제품은 아이폰 5C의 길을 걷게 될지도 모릅니다. 당시에도 이런 제품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5C는 일부러 계속 만들어내지 않는 이상 필요 없는 제품군이었습니다. 다양한 아이폰 중 하나가 되어 버리는 것일 뿐이었습니다.

개인적으로 봤을 때 이번에 나온 맥북은 아이폰 5C를 누군가는 필요한 새로운 제품이라고 더 비싼 가격으로 내놓는 것 처럼 보입니다. 넷북이 누군가에게는 필요한 제품이라고 비싸게 팔릴 수는 없는 것과 같습니다. 물론 앞으로도 잘 팔린다면 분명히 그만한 이유가 있을 것이고, 저도 다음에는 맥북에어 대신에 맥북을 사게 될 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아직까지 저에게는 매력적이지도, 새롭지도 않은 제품입니다.

이번엔 좀 멀리 왔다고 생각이 되네요.

  • 스티브잡스그리워

    키보드 터치를 한 번 해 보고 싶네요. 말씀 하신대로라면 나비 매커니즘이 화면 설명만으로 뛰어나 보이고, 실제로는 형편 없다는 소리인데요. 정말 그렇다면 한심한 디자인의 맥북 제발 아이폰5c 처럼 시장에서 자취를 감췄으면 좋겠네요. 라즈베리 파이 같은 메인보드나 자랑하면 모두가 좋아할 줄 아는 조니 아이브는 스티브 잡스에게 혼나야 합니다. 스티브 잡스가 살아 있었다면 나오지도 않았겠지만… 가상 이미지로 나왔던 ESC 자리의 전원 버튼도 누가 고집하였다가 원래대로 돌아왔는지 모르겠지만 정말 한심한 발상입니다.

    • 페이퍼북

      전원버튼은 소문을 토대로 랜더링 한 것이라 나중에 바뀐 것인지는 확실치 않습니다만 크기는 소문 당시의 크기와 비슷한 것 같습니다.

      키보드는 개인적인 부분일 수도 있으나 저의 경우엔 눌리는가 싶으면 닿는 느낌이어서 불편했습니다. 사실 며칠 가지고 테스틀 해봐야 알 수 있는 부분이라 참고만 하시면 될 것 같아요. 본격적인 사용기들이 올라올테니 그것이 더 정확하겠지만, 저에겐 그다지 경쾌한 키감은 아니였습니다.

      백투더맥에 맥월드 편집장의 맥북 키보드 사용기에 대한 글을 번역하여 발췌한 내용이 있는데, 저 역시도 거의 같은 느낌을 받았습니다. http://macnews.tistory.com/3159 글을 참고해보세요.

      • 스티브잡스그리워

        덮개에 불이 들어오던 사과 마크가 사라졌다고 하는 내용도 정말 충격입니다. 하나하나 애플의 감성을 모조리 없애고 무엇을 하려는 것인지 모를일입니다.

        • 페이퍼북

          불이 안 들어와도 괜찮다는 분들도 계시지만, 아쉬워하는 분들이 많은 것은 사실입니다. 맥북을 대표하는 상징과도 같았으니까요. 두께에 대한 집착이 과한 것을 넘어 선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어쨌든 많이 아쉽습니다.

          혹시나 맥북 프로도 이런 식으로 갈까 걱정이 됩니다. 지켜보면 알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