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11월

07

맥북 프로 로고 불빛 제거와 시동음 삭제로 보는 애플.

애플이 맥북 프로를 새로 내놓으면서 많은 것을 없앴습니다(링크 1, 링크 2). 저에게는 요즘 애플 제품을 보면 좋은 점보다 나쁜 점이 더 많아보입니다. 혁신이나 기술과는 별개로 제가 갈수록 실망스러워지는 이유에 대해 얘기 해볼까 합니다. 그들이 버리고 있는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감성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로고의 불빛 제거.  꺼져버린 감성.

“와 이름 너무 예쁘다! 컴퓨터 회사 이름이 사과라니” 딱딱하고 기계적인 느낌, 뭔가 더 빠르거나 미래적이고 매말라 보이는 느낌의 이름들, 또는 그냥 어떤 기업의 이름 중 하나가 아니였습니다. 컴퓨터 회사 이름이 사과라고 처음 들었을 때의 그 느낌은 상당히 신선했습니다. 정말 생명체인 사과처럼 친근하고 가깝게 느껴졌죠. 제품들은 매우 단순하고 아름다웠습니다. 2천년대 초반에 처음 본 맥은 그 이름만큼 예뻐서 넋을 놓고 봤던 기억이 납니다. 한때 웹디자인에서도 맑고 투명한 느낌의 아쿠아 디자인이 유행했던 적도 있었습니다. “깨끗하게 맑게 자신있게”… 죄송합니다. 사과 로고와 제품들은 친근하게 느껴졌습니다.

macbook air logo

맥북 시리즈의 하얀 사과에 로고에 불이 켜진 모습은 깔끔함 그 자체였습니다. 랩탑이 필요 없어도 가지고 싶을 정도로 예뻤습니다. 정작 사용하는 자신은 못 보는 경우가 더 많지만, 잠시 자리를 비웠다 돌아올 때 보이는 빛나는 로고는 랩탑을 ‘사랑스러운 나의 컴퓨터’로 바라보게 만드는 변태적 능력이 있었습니다. 맥북 프로, 흰둥이 에어, 맥북 에어 모두 밝게 빛나는 로고를 볼 수 있었습니다.

작년 3월 맥북이라는 이름의 얇은 랩탑을 내놓으면서 이 빛이 꺼졌습니다. 그리고 올해 10월 새로운 맥북 프로가 발표되면서 로고의 불빛이 사라졌습니다. 아이폰과 아이패드와의 일관성을 말하는 분들도 있는데, 로고에 불이 안 들어오면 일관성이 아닙니다. ‘맥북 프로에 불이 들어오는데, 아이패드에는 왜 불이 안 들어와? 혼란스럽네’ 라고 할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아이패드는 가상 키보드인데, 맥북은 물리 키보드네?’, ‘뭐야, OS가 달라서 아이폰 만지다가 맥북을 여니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겠어’ 라고 말하는 사람도 없어요. 같은 회사에서 나온 다른 제품이니까요.

다시 돌아와서… 그래서 그 예쁜 불빛을 없애서 얼마나 얇아졌는지 모르겠지만, 얇은 것 빼고는 내세울 것 없던 12인치 맥북처럼 ‘맥북 프로’라는 이름의 비싼 맥북을 만들어 놨더군요. 늦은 밤에 은은한 조명의 커피숍에서 우아하게 에스프레… 설탕 팍팍 들어간 카라멜마끼아또를 쳐묵쳐묵하며 화장실에 가면 누가 훔쳐갈까봐 대충 싸고 지퍼를 올리며 튀어 나오면서 가장 먼저 확인하던 하얀 사과의 불빛. 그건 간첩이 아니더라도 광명이었습니다.

광고판이다 뭐다 해도 맥 사용자들은 그 불빛을 사랑했습니다. 정말 많은 사람이 사랑했던 맥북 시리즈 상판을 ‘상판대기’로 만들어놓다니…

애플 사용자들이 “오빠 저 별빛 정말 예쁘다” 라고 말하는데, 조나단 아이브가 “그거 해 뜨면 하나도 안 보여” 라고 말하는 것 같습니다. 그건 나도 알아요 오빠. 누가 별 따다 달랬나요. 그대 가슴에 얼굴을 묻고 오늘은 울고싶네요.

소리, 또다른 브랜드 정체성.


맥을 켤 때나 재부팅 할 때마다 특유의 ‘딩’ 소리인 시동음(부팅음)입니다. 소리를 크게 해 놓았다가 껐을 경우 조용한 곳에서 맥을 켤 때 큰 소리 때문에 당황하는 분들도 꽤 있었고, 맥을 끄기 전에 무음으로 바꾸는 습관을 들이거나 부팅 때 소리가 안 나도록 하는 앱도 있었습니다. 그러니 모두에게 늘 좋은 상황이나 소리는 아닐 때도 있었습니다. ‘예전엔 짜증 내면서 안 나게 하려고 하더니 이젠 없앤다니까 아쉽냐’는 말이 나올만도 하죠. 그런 기능적인 이야기는 지금 별개로 정체성에 관한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맥 시동음은 1984년 스티브 잡스가 매킨토시를 들고 나올 때부터 현재 판매되고 있는 맥에 이르기까지 30년 넘게 명맥을 이어왔습니다. 심지어 시동음에 대한 상표권을 출원할 정도로 애착을 보였는데 느닷 없이 신형 맥북프로에서 폐지된 것입니다. 이를 두고 여러 설이 난무하고 있는데 그중 가장 설득력이 있는 것은 신형 맥북프로는 전원 어댑터를 연결하거나 LCD 덮개만 열면 부팅되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출처 : 백투더맥


맥의 시동음은 30년 이상 된 애플의 제품임을 보여주는 중요한 부분 중 하나입니다. 맥을 처음 산 후 맥을 켰을 때 들었던 너무도 단순하고 명확한 그 소리에 관한 기억은 맥 사용자라면 누구나 가지고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맥을 처음 구입 후 켰을 때 단 한 번 나오는 환영 영상을 보면서 정말 ‘맥의 세계로 오신 당신을 환영합니다’ 라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 감성적 만족감이 소위 ‘오덕’의 시작이 되기도 하죠.


↑ 이 영상의 소리는 누구나 다 알 겁니다. 우리가 TV에서 화면을 보지 않더라도 이 소리를 들으면 인텔의 CPU광고라고 생각하죠. 버전 별 전혀 일관성이 없는 윈도우도 그 소리만 들어도 자신이 사용하는 윈도우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일관성 없음이 MS의 일관성일지도…) ↓

소리는 보는 것 다음으로 이렇게 중요합니다. 영화에서도 효과음의 유무에 따라 공포영화가 평범해지기도 하는 경우를 여러 매체를 통해 한 번 쯤은 봤을 것입니다. 그래서 BMW, 애플, 인텔 등 많은 기업들이 자신들의 ‘사운드 로고’를 일관성 있게 변화시켜나가면서 유지하려고 노력합니다.

PC를 켜면서 듣는 기계적 비프음이 아닌, 음계가 있는 소리를 들으며 부팅을 하는 그 감성은 업무적이고 딱딱한 컴퓨터가 아니라 친근하고 즐거운 컴퓨터를 만나게 해주는 시작이었습니다. 비록 자신들을 알리기 위해 사운드 로고라는 개념도 거의 없었을 그 당시에 만들어서 30여 년을 이어져 왔을지는 몰라도(스티브 잡스는 정말 감성으로 만들어진 사람 같습니다) 맥 사용자라면 그 소리를 들으면 소리가 나는 곳으로 고개를 돌리게 되는 힘을 가지고 있었죠.

보이는 로고만 중요한 것이 아닙니다. 어디선가 사랑하는 가족의 목소리가 들리면 우리는 가족이라는 것을 바로 압니다. 두리번 거리면서 찾게 되죠. 사람이 가지고 있는 감각 중 보이지 않을 때 가장 빨리 대상을 파악하는 도구입니다. 그 사람이 화가 났는지, 슬픈지, 기쁜지 우리는 얼굴을 보지 않아도 알 수 있습니다. 애플은 그 정체성 중 일부를 거세한 것이라 표현해도 모자라지 않을 일을 한 것이라고 봅니다. 바로 부팅되기 때문에, iOS기기도 그렇기 때문에 일관성을 유지하는 것과는 전혀 상관 없는 내용입니다. 그건 일관성이 아닙니다. ‘같아 보이는 것’이죠. 둘은 다른 것입니다.

뺄 것과 넣을 것.

우리가 살면서 꼭 필요하지 않지만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잡고 있는 게 참 많습니다. 물건일 경우도 있고 생각일 때도 있습니다. 이런 것들은 주로 욕만 먹다가 언제 한 번 사용되면 “거봐 쓰일 때가 있다니까?” 정도의 핑계거리로 사용되고 다시 애물단지가 될 때가 많죠.

애플은 다른 곳에서 없애지 못할 때 없엤다는 말을 합니다. 시끄럽지만 결국 조용해지니 애플이 맞다고요. 생각의 차이는 인정합니다. 하지만 애플이니까 맞을 거고 그랬으니까 애플이 하는 거에 토 달지 말라는 식의 생각은 차이가 아니라 맹신입니다.

2010년 2월에 아이맥을 산 후 지금까지 ODD를 사용한 일이 거의 없었습니다. 2010년 10월에 뉴 맥북에어가 나올 때 ODD가 사라지고 말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그땐 개의치 않고 구매했습니다. 애플은 필요할 때 없애는 게 아니라, 아쉬울 때가 있지만 필요하지 않은 것을 없앴습니다. 애플이 없앴기 때문에 없어진 것이 아닙니다. 나중에 다른 업체들이 필요 없다는 걸 깨닫고 따라 간 거죠. 맥북에서 ODD가 사라졌을 때, 외장 ODD를 들고다녀야 한다는 조롱도 있었지만 그런 일은 없었습니다. 요즘은 필요한 것은 빼고 더 좋은 사용성 대신 최신 기술을 넣는 느낌입니다. 그리고 그 빠진 것 때문에 실제로 수많은 젠더나 확장 기기를 들고 다니게 되었습니다. 우리는 보통 그런 것을 불편함이라고 하지, 혁신이라고 하지 않습니다.

요즘은 많이 나아졌는데 우리나라에서 맥을 사용하면 가끔은 알 수 없는 비아냥을 듣기도 합니다. 저도 몇 번 들어봤습니다. 물론 맥 사용자 중 ‘애플을 모시는 사람’도 보이는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많은 맥 사용자들은 지불한 만큼 만족감을 주기 때문에 한국에서 어느 정도 불편한 부분을 감수하면서라도 기꺼이 사용했습니다. 결코 비싼 거 사용한다는 우월감이 아닙니다. 요즘 애플에서 나오는 제품들은 ‘하향 평준화된 비싼 제품’이라는 느낌입니다. OS는 버그가 해결되지도 않은 채 새로운 OS가 나오고, 전문가를 만족시키던 앱은 단종시키고 끼워주기 상품 같은 앱을 말 그대로 끼워주고 ‘싫음 말던가’ 하는 배짱을 보입니다. 2010년부터 맥을 사용하면서 감탄이 터져나왔는데, 요즘은 한탄이 나올 때도 있습니다.

맥이 요즘 없애고 있는 것은 맥이 가지고 있던 감성과 정체성입니다. 그 어떤 것이 들어가거나 빠지 더라도 유지되던 것들이 지금은 점점 사라지고 있습니다. 정체성을 잃어버린 제품은 그냥 그 제품군 중 하나의 포지션만 차지할 뿐이지, 사람을 열광하게 하고 만족감을 높여주고 충성도를 높일 수는 없습니다. 그 정체성이란 불빛이나 시동음처럼 눈에 띄는 것 외에도 사용자 경험이나 사용성, 만족도 등 “에플은 이런 게 되는구나”라고 생각했던 애플만의 감성적 차별점들 입니다. 그것들을 위해 적용되거나 삭제된 기술과, 그것들을 개의치 않은 기술은 다를 수 밖에 없습니다.

애플 제품이 사랑받았던 이유는 CPU나 메모리 같은 물리적이고 기술적인 차별점이 아니였습니다. 더 좋은 것을 먼저 집어넣어서 성공하고 먼저 버려서 앞서 간 것이 아닙니다. 하지만 지금은 자신들의 자랑이 그것이 되어가고 있네요. 관성으로 얼마나 더 달려갈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선택의 여지가 없던 사용자들과 그래도 예전의 애플을 생각하는 애증어린 애플 팬의 안타까움이 얼마나 식어질지도 알 수가 없습니다. 최신 기술이 아무리 뛰어나고 놀랍더라도 사용자가 만족하지 못하면 실패합니다. 애플이 요즘 넣고 빼는 것은 무엇인지 애플이 고민을 해야 할 때인 것 같습니다.

  • steve

    동의 합니다. 첫 발표를 보자마자 든 생각이 이거였습니다. 팀쿡을 진짜 어떻게 쿡을 하지? 튀길까? 육질 좋아지라고 팰까? 볶아야되나 쪄야되나? 남의 회사고 망하든 말던 알바 아닌 회사이니 뭔짓을 하던 상관없지만 나름 존경하는 잡스가 만든 회사의 철학을 개판을 만드는 것에 화가 나더군요. 로고 빛과 부팅음은 좁게는 맥의 아이덴티티, 넓게는 애플의 감성과 아이덴티티. 그것을 버리겠다는 소리와 같습니다. 그리고 신형 맥북프로 디스플레이쪽 두께는 거의 차이가 없다 싶을 만큼 얇아지지도 않았고, 로고도 스티커 처럼 알루미늄을 커팅하지 않고 붙힌 줄 알았더니 기존 맥북처럼 똑같이 커팅을 하고 안쪽에 플라스틱을 부착하였더군요. 그럼 왜? 굳이? ios를 비롯 os도 개판이 되가고 있어서 전 애플 제품을 더이상 구매 하려 하지 않고 있습니다. 그 디테일, 감성, 아이덴티티, 안정성,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뛰어난 궁합 그것이 불편함을 감수하도고 쓰는 이유였는데 그 이유가 없어졌고, 그저 돈돈 하고 있는 지금의 모습은 그냥 삼성이나 별반 다르지 않다면 as 서비스가 더 좋은 삼성꺼 쓰지 뭐하러..; 그래서 전 더 늦기전에 구형 모델 신품을 이베이나 옥션에서 찾아보고 있습니다. 마지막 구매를 위해서.. 찾아도 없는 그 시점이 오기 전에 말이죠.. 잡스의 고집으로 수술 시기를 놓친것이 원망 스러울 따름입니다. 가족이나 지인들이 그를 꾸준히 진심어린 설득은 해보았을까 하는 의구심과 함께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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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능이나 기술적인 측면에서의 싸움이 많아서 실제로 사용자들이 실망하는 것이 무엇인지 적어봤습니다. 어떤 경우에는 뛰어난 기술이 아님에도 선택 될 경우도 있고, 기술 하나만 놓고 봤을 땐 옳다 그르다 끊임 없이 논쟁을 할 수도 있지만 맥 사용자들의 애플에 대한 실망이 점점 커져가는 이유는 기술이 문제가 아니라 그 좋은 기술을 어떻게 사용하고 있는가라고 봅니다.

      방문해주셔서 고맙습니다. 평안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