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08월

30

메모장이 자랑이냐?

오래전에 운영하던 홈페이지를 폐쇄하기위해 올린 글들을 하나씩 옮기는 중입니다. 오래전에 발로 적은 글이려니 하고 이해해 주세요. 꾸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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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메모장 실컷 자랑해라.

13년 전인가 14년 전인가 html이라는 것을 작업하는 친구를 보았다.
그때는 table도 모르고 tr, td도 모르던 때였다. 아니, 정확하게 말하자면 그게 html 이라는 것인지도 모르던 때였다.

다만 그 친구녀석은 메모장을 열어 뭔가 알아보지도 못할 기호를 열심히 치고는 어디론가 올리고 넷스케이프를 열어 자신이 올린 메모장의 내용이 이렇게 나오는 거라며 보여줬었던 기억이 난다.
그때는 마냥 신기했다. 그냥 내가 알지도 못하는 코드만 쳤는데 그걸 올리고나면 이미지가 막 떠있고 글들이 들어가 있는, 소위 “인터넷” 이 눈앞에 보였으니까. 이전부터 홈페이지들은 봤지만 그렇게 홈페이지가 만들어지는것은 전혀 몰랐다.

그후로 나 역시 인터넷이라는, 홈페이지라는 것을 공부 ( 공부라고 거창하게 표현했지만 그냥 습득 ㅜ.ㅡ ) 하면서 메모장에서 뭔가를 적으며 신기해 하다가 얼마 지나지 않아 초창기 드림위버를 만나게 되었다. 이른바 위지윅 프로그램.

시간이 지나면서 오히려 코드의 중요성을 더욱 느끼게 되었고 두개의 PCI 슬롯에 그래픽 카드를 꽂아 당시에는 생소하기에도 너무나 생소했던 듀얼 모니터를 사용하면서 한쪽엔 위지윅 모드, 한쪽엔 에디터 모드의 창을 열어 드림위버를 만지작 거렸다.
물론 그때의 코드는 소위 “난 메모장으로만 작업해서 이상한 코드가 안생겨” 라는 사람들에게는 못나도 한참 못난 코드였다. 드림위버에서 만들어진 코드에 내가 아는 테이블만 조금 만져보는 ‘수작’ 이었으므로.

개인적으로 코드를 점점 알아가게 되고, 드림위버는 쓸데 없는 코드를 거의 생성하지 않는 프로그램으로 진화했지만, 오히려 드림위버의 위지윅모드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사용자는 늘어가는 상황이었다.
그러다보니 “위지윅으로 밖에 작업을 못하는 못난 인간들” 이라 스스로를 격상시키는 사람들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아니, 그때는 그럴만 하기도 했다.

긴 시간이 지난 지금.
난 지금도 오로지 메모장과 텍스트 위주의 에디터만 사용하는 것을 자랑으로 삼는 사람들을 종종 목격한다.
그들만큼은 아닐지는 몰라도 코드를 어느정도 알고 대부분 코드를 입력하여 드림위버에서 작업을 하는 나로서는 그들의 ” 알수 없는 고집” 을 이해하지 못하게 되었다.

코드만으로 작업을 하기에도 상당히 능률적이고 생산적인 프로그램을 그것을 쓰는 사람은 아직도 자기보다는 훨씬 못한 사람으로 취급을 하는, 꽤나 오랜시간이 지났음에도 그것이 자랑이 되는 현재를 이해를 못한다.
물론 이것은 코드를 모르고 위지윅을 하는 사람들과의 비교대상이 아니라 코드를 알더라도 드림위버를 쓰는 사람과의 비교에서의 말이다.

좀더 시간을 단축시키고 파일을 바로 업로드하고 다운로드하며 좀 더 능률적이고 생산적인 작업을( 실제로 해본다면 그 능률과 생산성에서는 감탄할 정도의 ) 그들은 왜 아직도 ” 난 아직도 메모장 쓰는데 ㅋㅋㅋ ” 로 끝내고 있는 것일까?

어느 개발자가 드림위버로 코딩한다는 소리를 듣고 바보취급을 하던 생각이 난다.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결국 점점 모르는 부분을 나에게 물어보던 그 사람이 생각이 난다. 필요한 것은 흡수를 하고 필요없는 것은 버릴 줄 알아야 한다.
과거의 유산을 잡고 “대대로 내려오는 가보” 취급을 디지털에 접목시키는 답답한 사고방식이 얼마나 많은 손실을 자신에게 주는지도 한 번쯤은 돌아봐야 할 것이다.

몇년 전인가.. 한 개발자가 드림위버에 관심을 보인 적이 있었다. 그 개발자에게 자세히 설명을 해주었다.
” DB는 저는 잘 모르지만 이렇게 연동해서 바로 작업이 가능하고, 이렇게 하면 코드로만 작업을 하되 연관된 코드가 나오면 팝업으로 더 빠르게 코드를 삽입해서 능률을 올리고, 코드가 너무 길어 찾기가 어려울 땐 이렇게 위지윅 창에서 클릭하고 에디터 창을 보면 바로 표시가 되어서 스크롤 하면서 코드를 읽어내려가는 시간도 줄고, 로컬에서 작업해서 올리기 싫으면 바로 서버에서 이렇게 하고 기타등등등… 나불나불~ 발악발악~ ”

나중에 그 개발자는 드림위버가 아니면 개발을 못하겠다고 할 정도로 그 편의성에 반하게 되었다.

드림위버가 최고의 툴이라는것을 말하는것이 아니다. 최고의 선택을 할 수 있는것이 있다면 그것을 사용해서 더 발전해야하는 것이다. 드림위버의 위지윅에서 시작한 내가 드림위버에서 거의 코딩으로만 작업을 하게 된것이 이상한것이 아니다. 코드는 갈수록 필요한 부분으로 자리매김을 하고 있었고 나에게 더 빠르고 더 능률적으로 작업을 할 수 있는 툴로 나에게 선택이 되었기 때문인 것이다.

자신의 업무에 따라서 html을 모른다면 부끄러울 수 있을진 모르겠으나, 원시적인 방법을 자랑할 거리로 삼고 그외의 것들을 비아냥의 대상으로 삼는, 사실상 정말 바보같은 행동을 자랑하지는 말자.
개인적으로 그것을 자랑하는 사람을 보면 “난 비능률적인 작업을 하는 사람인데도 그것이 자랑스러워요” 라고 들린다.

또 하나.
이제 사이트를 만드는 방법을 배우고, 열심을 내는 사람들에게 위지윅은 큰 축복인 것이다. 그들이 html을 모르는것이 우울하게 느껴져서는 안된다.
그것을 시작으로 html을 알아갈 시도조차 하지 않는 ‘무늬만 코더’가 된다면 욕을 한 다발 선물로 줘야 하겠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