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10월

27

문서를 만들수록 좋은 회사?

월요일 오후. 회의가 있었습니다. 앞으로 주간 업무보고서와 월간 업무보고서를 작성하도록 하겠다는 것 이고, 이것이 필요성을 절감하는 직원들로 부터 나왔다는 이야기 였습니다. 앞으로 문서를 통해 각 파트의 진행상황과 앞으로의 상황을 파악하겠다는 것 입니다. 물론 억지로 지어서 작문(?)할 필요는 없다는 위안과 함께 말입니다.

‘엥? 직원들? 그게 아닌거 같은데?’ 혼자 생각하면서 망치로 한 대 맞은듯 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솔직히 보고서를 적는 귀찮음과 작문의 짜증을 이면지 취급하듯 차치하더라도 내심 ‘이게 왠 쌍팔년도로 회귀하는 소리야?’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가 일하고 있는 회사는 인터넷 관련 회사입니다. 직원수는 10명도 안되지만 이 바닥에서는 그래도 어느정도의 실력을 인정받는 회사입니다. 지금 이런 회사에서 아주 큰 실수를 벌이게 되는 광경을 목격하고 있는 것 입니다.

저의 역할은 이 회사에서 아주 작은 부분이고 그다지 발언권도 없습니다. 어차피 이야기 하더라도 듣지도 않지만요. 현대 사회는 큰 기업마저도 기존의 워터폴 방식의 개발/생산 방식을 벗어나려고 하고 있고 그러한 방법론 적인 접근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많은 기업들이 순환형 방식을 채택하고 필요없는 것들에 대해서 낭비를 최소화 하는 상황입니다.

특히나 물질적 재화를 생산하지 않는 저희 회사의 경우는 오히려 더 탄력있고 신속한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하고 그로인해 얻을 수 있는 이익이 엄청나게 많은 회사입니다. 처음엔 이러한 부분에 대해서 많은 이야기를 해보았습니다만 어차피 듣지 않을거 떠들면 뭐하나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단적인 예로 제가 작업을 할 때 중간 중간 많은것을 물어봅니다. 왜냐면 저에게는 딱 결과물만 넘어오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대부분의 경우는 결과물을 보면 감을 잡을 수 있습니다만 특수한 상황의 결과물이나 추가된 파일들이 보일경우가 있습니다.

해결방법은 두 가지 입니다. 하나는 앞에서 먼저 작업한 사람의 방식대로 문서를 보고 일일이 문서의 내용을 파악하고 진행하는 방법, 나머지 하나는 이미 문서를 바탕으로 베이스 작업이 끝난 팀이 파일을 넘겨 주면서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여긴 이렇게 진행하면 된다고 브리핑을 해주는 방법이 있습니다. 그리고 중간 중간 확인이나 궁금한 부분에 대해서 묻고 이해하고 작업을 진행하게 됩니다.

제가 가장 많이 듣는 말 중에 하나가 파워포인트 보세요 입니다. 문서 안보냐고 말이죠. 문서가 곧 이 바닥의 모든 프로세스이자 진리인 듯 합니다.

문서를 읽고 이해하고 작업에 적용하는 시간에 대한 손실을 제외하고 회사는 문서도 안읽고 작업하는 사람의 시각으로만 보게 되는 것입니다.

세계적으로 애자일 방법론, 또는 애자일 개발론이 얼마나 많은 이익을 주고 퀄리티를 높이는가에 대해서는 이미 많이 알려졌고 애자일 방법론을 통한 체질개선을 하는 회사들까지 생겨나고 있는 상황입니다.

문서를 줄이고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좀 더 명확한 전달을 하며 작업의 완성도를 올려가는 추세에서 갑자기 누가 무슨일을 하는지 모르고, 앞으로 진행상황을 모르니 그것을 파악하고 효과적으로 업무를 진행하겠다는, 과거에 이미 많은 실무자들이 업무보다 더 많은 신경을 써야 했던 문서화의 길을 제가 다니는 회사가 가려고 하고 있습니다.

(애자일 방법론에 대해서는 다뤄야 할 이야기도 많고 명제화는 가능하나 UX처럼 기능적 구현의 프로세스적인 방식이 아니기에 넘어가도록 하겠습니다. 만약 전문가도 아닌 제가 애자일 방법론에 대해서 포스팅 하려고 해도 최소한 개인적인 경험과 알고 있는 얕은지식만으로도 3개 이상의 포스팅은 있어야 할 것입니다.)

기획서를 보면서도 예전과 변함없는 기획서 – 예를 들자면 브라우저의 팝업을 통한 가입여부 확인 – 예전처럼 개발하려는 개발, 예전처럼 비주얼에만 목매는 디자인에 대해서 조금은 고개를 갸우뚱 거리게 됩니다.

여튼 새로 재정비하려는 움직임은 좋으나 상당히 판단을 잘못했다고 보여집니다. 어차피 새로 온 담당자가 몇 개월 임시로 있을 예정이지만 저희처럼 작은 회사가 애자일적인 프로세스를 적극 활용하고 몸에 익히기 좋은 상황에서 이러한 모든 흐름을 버리고 관리자의 시각에서 효율이라는 ( 이미 이러한 것들이 비효율이라는것이 입증 됐음에도 ) 판단하에, 그리고 그것이 상당한 효과를 발휘하고 있다는 관리적 믿음하에 구경도 못한 문서 – 그것이 정말 진행상황만 판단하기 위해 한 주간 일이 없었을 때 공란인것이 아무 상관 없더라도 – 를 도입하는것을 위에서 수긍하고 인정했다는것이 놀라운 상황 입니다.

어차피 저의 발언은 회사에서 큰 부분이 아니므로 셧업 이지만 ( 그리고 만약 불합리한 상황이 계속 되면 중이 떠나면 되는 것 이므로 ) 책 한 권 씩 선물로 사서 나눠주고 싶은 심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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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보니 방법론 까지 운운하게 되었네요.
이걸 계기로 다음에는 방법론 ( 프로세스, UX, UI 등 포괄적인 ) 에 대해서 포스팅을 조금씩 늘려봐야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