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10월

04

사용자 중심 사고와 유행 사대주의

될 수 있으면 내가 잘 알거나 잘하는 것을 일반인의 처지에서 생각하려는 노력하게 된 계기가 있었는데 2천 년대 초반에 처제가 “USB는 모니터 어디에 꽂는 거에요?”라고 물어본 이후부터 입니다. 예전에는 ‘PC를 사용하려면 어느 정도는 공부 좀 하고 익혀서 사용해야 하는 것’이라는 생각을 했었지만, 제품은 사용자가 쓰는 것인데 사용자에게 어려운 물건을 주고 ‘잘 사용하지 못하는 것은 네 탓’이라는 말이 얼마나 잘못된 말인지 생각해보지 않았었습니다.

요즘도 ‘이 정도는 기본이라고 생각했는데 아니구나’라며 놀라게 되는 경우가 자주있습니다. 개발자 위치에서 ‘사용자라면 이건 어떨까?’ 하는 생각 보다 내가 무엇이 불편한가를 먼저 찾아내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사용자는 아무것도 몰라도 되는 서비스와 제품을 만들도록 노력해야 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특히 맥을 사용하면서 기존에 가지고 있던 제품에 대한 생각을 다시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어쨌든…. 지금까지 느껴온 것 중 하나는 각각의 분야에서 가장 큰 실수를 하는 것이 바로 트랜드입니다. 트랜드는 트랜드일 뿐이지 그것이 정답이 아닙니다.

가령 웹 디자이너들이 하나의 트랜드가 나오면 그것을 더 발전시킨 형태로 한동안 조금씩 바뀌며 새로운 사이트들이 런칭 되거나 리뉴얼 됩니다. 디자이너들은 그것을 보면서 “우와”라는 감탄사를 내뱉고 부러워하거나 자랑스러움을 느끼게 되는 경우가 많은데 정작 가장 중요한 사용자는 여기에서 빠져 있는 경우가 종종 있다는 것이 함정입니다.

사용자는 그런 트랜드를 크게 받아들이지 않거나 사이트를 선택하는 기준으로 삼지 않지만 디자이너들은 경쟁사 사이트보다 우리가 리뉴얼 한 사이트를 사람들이 더 좋아할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는 일도 있습니다. 사용자들은 오히려 불편함을 느끼거나 더 편리한 무언가를 찾고 있는 경우도 있는데요.

기능들을 더 많이 넣어 다이얼과 스위치를 제품 주변을 돌아가며 가득 채워 다기능을 외치던 과거의 제품 생산 방식과, 다기능이니 너희가 좋아하는 제품일 수 밖에 없어 라고 하는 생산자 위주의 사고방식도 한 예일 것입니다.

사용자가 중심이 되는 트랜드.

요즘은 플랫(Flat) 디자인이 트랜드입니다. 특히 해외 사이트의 경우에는 플랫한 사이트들이 많이 보입니다. MS의 윈도우 8 UI(메트로 UI)를 시작으로 애플의 iOS 7이 플랫한 디자인(사실은 망가진 디자인이라고 봅니다)으로 바뀌면서 플랫 디자인이 더욱 힘을 얻고 있습니다. 평면적인 구성을 가져가다보니 색상도 많이 사용하게 되고, 타이포와 단순한 구성으로 구성을 한 눈에 파악하기 힘들어지는 경향도 강해지고 있습니다.

윈도우 8 UI의 경우 스마트폰 같은 작은 모니터에서는 괜찮은 사용성을 보이지만 사용자가 추가하는 내용이 많아질수록 단순한 사각형과 텍스트만으로 오히려 사용성을 헤치고 불편해지는 경향도 있습니다. 특히 랩탑이나 PC에서 윈도우 8 UI는 전체적인 인지가 빨리 되지 않는 UI이기도 합니다.

물론 PC와 랩탑을 사용하는 목적이 단순한 UI와는 거리가 좀 있고 사용성 자체도 모바일과는 다르기에 외면받는 부분도 있지만 이러한 플랫 디자인의 불편함도 어느정도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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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요즘은 그림자 없고 평면적인 플랫 디자인이 ‘플랫한 느낌의 디자인’으로 바뀌고 있습니다. 한가지 예를 들면 “Long Flat Shadow” 디자인입니다(무료 아이콘입니다. 이 외에도 분류 별로 다양한 무료 컨텐츠가 있습니다. 다운 받으세요). 단순화 되어서 얼핏 보기에는 플랫한 느낌이지만 평면적인 구성이 주는 구분의 모호함을 없애고 시각적으로 편안한 구성으로 바뀌어가고 있습니다. Long Flat Shadow 아이콘은 극단적이긴 하지만 다른 플랫 아이콘들도 느낌은 평면적이지만 입체감을 주어 2차원적인 구별의 어려움을 해결하고 있습니다.

예전에 픽셀 디자인(픽셀 오브젝트)이 유행할 때에도 아이콘 전체를 픽셀로 찍어가면서 만들기도 했지만 나중에는 테두리는 픽셀로, 내부는 그라데이션 등 일반 디자인 방식으로 더 나은 합의점을 찾아간 경우도 한 예가 될 것입니다.

그런데도 플랫 디자인이 유행이니 색과 면으로만 사이트를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진 사람들, 그리고 그것이 더 트랜드에 맞고 사람들이 선호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전체적으로 구성을 알아보기에도 시간이 걸리고 미니멀과 연관지어 오히려 더 컨텐츠에 집중할 수 있다는 이론적인 논리로 말입니다.

플랫 디자인이 모두 보기 어렵다는 말이 아닙니다. 특징을 잘 살려 단순하게 정리하여 컨텐츠에 집중하는 좋은 디자인도 많이 있습니다.

사족으로 윈도우의 경우에는 데스크탑 모드에서 플랫 UI를 버리지 않으면 참 지저분한 느낌의 OS가 될 것같습니다(요즘 맥 OS도 어찌될지 모르는 상황입니다만;). 인터넷 익스플로러를 열었을 때 바닥에 붙어있는 껌 같은 이질감이란 정말…

네이버 사대주의.

네이버가 검색창을 크게 바꿔서 사용자가 검색을 수월하게 하려고 한다고 말하면 다른 포털들도 모두 크게 바꾸고, 로그인을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옮기면 다른 포털들도 모두 오른쪽으로 옮깁니다.

리뉴얼을 하면서 컨텐츠 영역을 재구성 하면 모두 따라서 비슷한 레이아웃으로 재구성하고 거의 모두 비슷한 서비스와 아이템으로 따라하면서 왜 우리는 만년 2, 3위 인지 이유를 알지 못힙니다.

구글이 천하의 야후를 따라서 포털을 만들고 비슷한 서비스를 만들어서 성공한 것이 아닙니다. 유튜브처럼 세계 최대의 동영상 컨텐츠를 다루는 서비스가 있는가 하면 더 좋은 화질로 더 나은 동영상을 제공하려고 하는 vimeo 같은 업체도 있습니다. 그저 유튜브 처럼 최고의 자리에 오르려고 비슷한 서비스로 따라하기를 하는 것과는 다른 것입니다. 그래서 수익 구조도 다르죠.

사람들은 어떤가요? 네이버 보다 더 나은 검색결과를 보여주는 검색 사이트가 있어도, 더 좋은 메일 서비스가 있어도, 더 나은 블로그가 있어도 그냥 네이버입니다. 잘못된 점을 말하면 싫어하는 사람도 의외로 많고요.

굴림체를 모던하게 수정한(…) 나눔 고딕 폰트를 네이버가 내 놓으면 메인 폰트로 사용하기에 부족함에도 너무 좋아요 하는 것을 보면서 정말 좋아서 그러는 것인지 네이버가 기존 굴림체 보다 좀 더 낫게 수정을 해서 낫다는 것인지 해깔릴 때도 있을 정도입니다.

이번에 네이버에서 막장 서체인 ‘나눔고딕’ 이후, ‘나눔바른고딕‘이라는 제대로 된 고딕서체를 새로 내놓았습니다(일반과 볼드 두 가지 밖에 없는 것이 아쉽지만요).

‘나눔바른고딕’에 대한 그들의 설명 입니다.

모바일에서 잘 보이는 네이버의 새로운 글꼴 ‘나눔바른고딕’

PC뿐만 아니라 모바일에도 최적화된 정통 고딕 글꼴입니다.

누구나 어디서든 잘 쓸 수 있도록 기본에 가장 충실하게 만들어 정돈된 느낌을 주며 작은 화면에서 가독성을 떨어뜨리는 돌출 형태나 곡선을 없애고,가장 깨끗한 형태를 나타내는 두께와 자간을 연구하고 적용하여 모바일에서 또렷하고 더욱 짜임새 있게 보입니다.

기존 ‘나눔고딕’의 가독성에 대해 부드럽게 인정 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심미성과는 다른 문제지만 그동안 굴림체가 외면받아온 가장 큰 이유가 일본의 서체를 기본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우리 글자와 맞지 않았기 때문인데 이것을 그동안 보기 좋다고만 하는 경우가 너무나 많았습니다.

예전에 나눔고딕에 대한 글을 올린 후 참 많은 댓글들을 받았었는데 그 사람들은 지금 새로운 네이버의 나눔바른고딕을 보면 뭐라고 말할까 궁금하기도 합니다.

제가 맞다는 말을 하려는 것이 아닙니다. 적어도 사대주의적인 시각으로 누가 하면 더 나은 것이라는 식의 사고방식은 하지 말았으면 좋겠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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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때 유행했던 명품백 브랜드를 지웠을 때의 여자들의 반응에 대한 이미지 입니다. 우리는 지금 어떤가요? 유행하는 최신 트랜드면 무조건 좋은 것이라는 사대주의는 가지고 있지 않은지 곰곰히 고민해봐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유행은 잘 따라하면 멋있지만 쉽게 질리고 지나가면 오히려 촌스러워집니다. 그리고 분명히 지나가게 되어있습니다. 우리의 서비스와 사이트, 디자인이 유행에 필요한 것인지 아닌지 고민할 줄 알아야합니다. 나에게 맞고 어울리는 옷과 편안한 스타일을 찾아서 보기에도 좋고 나도 편한 게 좋은 것입니다.

남들 보기에 불편하고 난해한 차림으로 ‘너희들이 몰라서 그러는데 이게 최신 유행이야’ 라고 말 해봤자 그건 패션을 아는 사람들의 이야기이지 일반 사람들은 ‘유행 따라하다가 죽겠다’ 라는 말 밖에 해줄 말이 없을 수도 있습니다.

유행을 따라하지 않는데도 눈이 가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자신에게 어울리는 스타일로 언제나 사람들에게 관심을 받을 수 있는 것입니다. 필요할 때 유행을 따라하는 것도 좋지만 유행을 자신에 맞게 소화하거나 자신만의 스타일을 만들어 가는 것이 더 좋은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