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10월

04

서울시, 싸이 때문에 예술과 문화가 쫓겨 다녀야 하나?

오늘 밤 10시 30분에 서울광장에서 싸이의 무료 공연이 있다고 합니다.

지난달 25일 싸이가 귀국 기자회견에서 “빌보드 1위에 오른다면 많은 시민이 관람할 수 있는 모처에 무대를 설치하고 공연을 하겠다. 상의를 탈의하고 ‘강남스타일’을 부르겠다”고 하였고, 1위는 아니지만 무료 공연을 하겠다고 했나 봅니다.

서울시는 싸이의 무료 공연을 허용했습니다. 1위는 아니더라도 빌보드 챠트 2위의 세계적인 스타가 된 싸이가 무료 공연을 하는 것에 서울시가 지원을 하지 않을 이유는 없습니다.

하지만 10월 1일 부터 7일까지 열리는 “하이서울 페스티벌?2012“의 공연이 열리는 장소이기도 합니다. 오늘도 오후 12시와 4시에 “발라폰 오케스트라” 공연이, 밤 8시에 “아프로디테” 공연이 잡혀있습니다.
이 공연들이 싸이의 공연을 위해 돌연 장소를 옮기게 됩니다 아프로디테 공연은 취소가 되었습니다.

하이서울 페스티벌은 3개월간 준비해온 문화 페스티벌입니다. 해외의 수많은 예술공연 단체들이 참여를 하고, 정해진 장소에서 자신들의 공연을 위해 계획을 잡았을 것입니다.
어제 청계천에서 열린 “마법의 밤” 공연 역시 예술가들이 청계천 일대를 움직이며 폭죽을 터트리고 공연을 했습니다. 이동 예정 지역 중간 중간 미리 계획에 맞춰 필요한 폭죽들을 설치해두었습니다.

오늘 열리는 “아프로디테” 공연도 많은 공연용 조형물이 사전에 필요하고, 서울광장에 맞게 위치를 잡고 공연준비를 했을 것입니다. (이 공연은 오늘 취소가 되고 내일만 공연합니다.)

싸이가 세계적인 스타가 된 것이나, 그래서 싸이가 약속한 공연을 하는 것이 나쁜 것이 아닙니다.
다만.. 3개월간 준비한 하이서울 페스티벌, 그것도 일요일인 7일 끝나는 페스티벌 중간에 서울시가 그 공연자리를 양보하는 것이 옳은 일일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싸이의 공연을 7일 이후로 늦출 수도 있고, 싸이의 장소를 다른 곳으로 잡을 수 도 있습니다.
그가 아무리 세계적인 스타가 되었다고 하더라도 이미 잡혀진 문화공연을 다른 장소로 옮기고 그 자리를 내어주고 오랜 시간 준비한 다른 공연을 무시해도 되는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유명한 대중문화를 위해 그보다 못한 문화는 쫓겨 다녀도 되는가요? 이건 서울시가 보여주는 ‘양보의 미덕’이 아니라 예술과 문화의 무시라고 봅니다.

장소를 옮길 수 있어서 옮겼겠죠. 하지만 문화 예술이 그 정도로 가벼운 공기 같은 것이라면 애초에 3개월동안 애써서 준비하는, 올해로 10번째 열리는 하이서울 페스티벌 자체도 무의미 하지 않은가요?

세계적으로 문화와 예술이 천대받고 무시 당하는 나라 중 선진국인 나라가 얼마나 될까요?
문화는 그냥 ‘공연’ 수준의 ‘볼거리 정도’가 아니라, 생각의 폭과 깊이를 영글게 하는 양식입니다. 전 정말 이건 아니라고 봅니다.

대를 위해 소를 희생할 수 도 있겠죠. 싸이가 세계적으로 유명해진 것이 한국 5천만의 자랑일 수 도 있을 수 있습니다(?). 한국을 더 알릴 수 있는 계기니 이정도 양보는 필요할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한 개인이 세계적으로 유명해지고 그로 인해 좋은 이미지를 가지게 될 수도 있겠지만, 그것을 계기로 다양한 분야의 진출이 이루어질 수 있는 발판이 될 수 도 있겠지만.. 하지만 그것은 결국 한 개인의 성공이며, 그것을 기회로 상업적 시각으로 성공하려는 기회일 수 밖에 없다고 봅니다.

정작 안에서는 문화도시 서울이라는 이미지를 만들기 위해 페스티벌을 열면서, 상업적 문화의 성공을 축하하기 위해 준비된 군소의 문화와 예술이 쫓겨 다녀야 하는 이율배반 적인 문화 천시 행위가 벌어지고 있는 것입니다.

어린 아이들이 문화와 예술을 접하고 자라면 정말 많은 것들이 바뀔 수 있습니다. 그런 것들은 가슴에 남고, 감성에 남아 언젠가 는 다양한 방식으로 여러 방면에서 표출이 될 것입니다.

학교에서도 역사와 문화가 버림받고 감성이 버림받는 지금, 앞으로를 위해서라도 바꿔가야 할 상황에 개인의 성공을 위해 (물론 축하 할 일 일수 있지만) 이렇게 버림받고 쫓겨나야 하는 것이 개인적으로 너무 마음이 아픕니다.

그렇습니다. 대중문화도 엄연한 문화입니다. 그리고 그것을 경제적 가치로 환산하면 엄청나죠. 1인 기업이라고 말하기도 하고, 그것으로 일어나는 지역적, 경제적 파급효과는 말 안해도 모두 잘 압니다.

하지만 대중문화를 경제라는 상업적 시각으로만 파급효과를 계산하고, 그것을 이유로 밀어주기만 한다면 제 2의 싸이는 더 이상 없을지도 모른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과연 서울시가 3일만 미루면 되는 싸이의 공연을 다른 예술 공연을 취소하면서 까지 했어야 하는지 의문입니다. 대를 위해 소를 희생한다는 말은 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용산 철거민도 그렇게 힘없이 쓰러졌고, 수많은 불의에 맞서다가 공권력에 쓰러진 우리 주변의 ‘소’를 지난 몇 년간 보아왔습니다.

지금 이것은 그런 연장 선상과 다를 바 하나 없는 것입니다. 이것은 또 다른 문화 사대주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