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09월

30

숫자의 노예에서 근무환경과 복지의 세계로.

우리는 숫자로 무언가를 파악하고 값어치를 결정하려고 합니다. 학교 성적부터 시작해서 얼마나 먼 거리인지 km로 이야기를 합니다. 기업은 매출로 자신들의 능력을 드러내려고 합니다.

“내일은 최저 8도 최고 17도 까지 일교차가 심하니 건강에 유의하시기 바랍니다.”
온도와 습도, 파도의 높이를 숫자로 이야기 해주는 기상캐스터를 보고 있으면 종종 드는 생각이 있습니다.

‘그래서 내일은 얼마나 추운거야?’

겨울이라면 최고 기온이 어떻든 겨울옷을 입으면 되고 여름이면 아무리 추워도 반팔에 반바지면 되지만 환절기나 봄, 가을 처럼 온도의 변화가 심한 계절엔 기상캐스터가 말해주는 숫자가 참 난감합니다.

숫자로 마치는 방송보다는 체감할 수 있는 옷차림을 말해주는 것이 더 날씨로서 와닿지 않을까요? 이렇게요.

‘아침 저녁으로는 서늘하고 낮에는 더우니 반팔옷에 가디건으로 코디를 하는건 어떨까요? 바람이 통하지 않을 정도의 점퍼는 더울 수 있습니다.’
일반 사용자들에게 더 좋은 경험을 제공하는 또 하나의 방법이 되겠지요.

오늘 4시간 정도 디자인 팀장이 팀원의 컴퓨터를 고치고 있었습니다.
원인을 몰라서 해매고 있는데 저녁시간이 다 되어서 출근하신 부장님이 10분 정도 손 보고 나니 컴퓨터가 정상적으로 동작이 됐습니다.
허리까지 아파서 끙끙거리며 4시간을 고생한 디자인 팀장을 뒤로하고 10분 만에 수월하게 고치신 부장님께 먼저 모두 고맙다고 하더군요.

회사는 숫자에 목숨을 겁니다. 연 매출에 목숨을 겁니다. 그래야 다양한 거래들이 일어나니까요.
좀 맞지 않는 이야기일 수 있지만 흑자부도도 있습니다. 또는 매출은 큰데 정작 순수익이 적으면 한마디로 죽어라 고생만 하는거겠죠.

기업이든 국가든 개인이든 우리는 숫자에 목을 매고 숫자를 바라보고 숫자의 결과를 진실로 받아들입니다.
하지만 위의 경우처럼 숫자는 숫자로 끝나는 경우도 종종 있습니다.

석차 외에도 손재주가 좋은 아이, 남을 배려할 줄 아는 아이, 매매에 소질이 있는 아이 등 숨겨진 그들만의 능력과 재주는 얼마든지 있습니다. 그것은 석차라는 숫자로는 표현할 수 없는 것들입니다.

버스로 5분이면 될 거리를 걸어가면 15분이 걸려서 시간적으로 손해일지는 몰라도 그동안 놓쳤던 풍경들, 볼을 스치는 바람과 햇살의 따스함, 언제 한 번 들러서 먹어보고 싶었던 분식점을 가볼 수 도 있습니다.

숫자를 줄이고도 존경받는 기업

효율과 기능이 중요한 회사로서는 이러한 개인적이고 감성적인 부분은 아무런 가치도 없을 수 있습니다. 더 노력해서 불량을 낮추고 좋은 제품을 만드는것이 매출을 올리는 더 중요한 요소겠죠.
하지만 직원이 더 열심히 일하고 더 많은 시간을 투입해서 일에 매달리면 회사로서 이익일까요?

유한 킴벌리는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4교대를 도입하였습니다.
월급은 약간 줄었지만 휴식할 수 있는 시간이 많이 늘었습니다. 근로자의 가족들도 환영을 하게 되었습니다.
여유가 생기니 직원들이 공부를 합니다. 그리고 같은 파트의 사람들끼리 모이는 시간도 많아졌고 팀워크도 좋아졌습니다. 팀원들의 가족들간에도 서로 교류가 잦아지고 서로 돕고 삽니다.

불량율도 줄어들었습니다.
일을 많이 해서 많이 생산을 하는것 보다 직원들이 쉼으로 해서 더 좋은 제품이 나오고 이 제품의 퀄리티는 곧 소비자의 선택으로 이어집니다.
어느정도의 선순환이 이루어지게 된거죠.

회사가 좋아지고 즐거워지니 직원들이 회사를 위해서 일을하고 서로 모여서 제품의 퀄리티를 높이기 위해 토론도 하고 특허도 냅니다.
하기스 입는 기저귀를 사용해본 부모들은 일반기저귀를 사용하는게 불편해집니다. 가격은 더 비싸지만 더 좋고 편한 제품을 선택을 합니다.
생산해내는 제품의 양이 많아져도 걱정이 없습니다. 소비자는 그 제품을 지속적으로 구입합니다.
충성도가 높은 고객이 생기게 되는것이죠. (우리나라에서는 애플제품이 좋다고 하면 애플빠라 하지요. )

아시아에서 취직하고 싶은 기업 1위인가 4위인가로 유한킴벌리가 뽑혔었죠?

효율을 위해 직원을 업무시간에 더욱 일을 처리할 수 있는 고민만 하는 오너나 임원직들의 바램과는 달리 직원의 복지가 회사에 더 큰 이익을 가져오는 결과는 유한킴벌리만이 아닙니다.
숫자에 연연하고 직원들에게 일하는 시간만큼의 월급을 아까워 하는 사람들로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최종적으로 매출과 이익에 목을 매는 그들에게 진정한 효율과 기능은 직원들의 휴식과 그로인한 감성적, 충성적 팀워크가 만들어내는 그러한 것들이 이해가 되지 않겠죠.
또는 특수한 분야에 대해서만이라고 외면을 할 지도 모릅니다.

정해진 숫자내에서 누리는 자유.

제가 알기로는 구글도, 애플도 근무환경이 자유롭다고 합니다. 구글은 놀러 출근해서 똥 누다가 아이디어를 얻는다는 말이 있을정도 입니다.
취리히의 구글 근무환경 보기
구글코리아의? 근무환경 보기

애플도 근무환경이 좋고 재택도 가능할 정도지만 다른 회사들에 비해 대우가 확연하게 좋은것은 아니라고 합니다.
애플을 사랑하던 팬보이들이 나중에 애플에 취직을 하는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충성도 높은 고객이 충성도 높은 직원이 되는것이죠.
왜일까요? 구글과 애플이 죽어라 일을 시켜서? 업무시간에 효율적으로 월급을 주는만큼 아이디어를 내도록 독촉을 해서? 그렇게 하지도 않는데 야후와 msn을 재치고 캘린더로 시작해서 gmail로 확장을 하면서 공룡이 태어났습니다.

좋은 제품을 경험한 애플의 팬보이들이 직원이 되어 다시금 사용자들에게 정말 뛰어나고 좋은 제품을 만들어 내고 있습니다. 그런 회사들이 사악해지지 않으려고, 해적이 되려고 세계를 넘보고 있습니다.

미국 IT 회사들의 근무환경 스크린샷

정해진 근무시간만 지키면 출퇴근시간은 개인의 자유라고 합니다.
모두가 모여야 일이 되고 커뮤니케이션이 되고 모두가 함께 무언가를 진행할 수 있을까요??그것은 우리의 기업들이 획일화라는 군대식 일제의 잔재에 젖어있는것 뿐입니다.

제가 일하고 있는 회사도 10여 명의 작은 회사지만 클라이언트와 직접 부딫혀야 하는 인력 외에는 비교적 근무시간이 자유롭습니다.?(물론 평소에 엄청난 근무시간을 헌납하고 있으므로 의미가 없긴 합니다만. 주말마저도..)
작은기업끼리만 가능하다고 말씀하고 싶으신가요? 핑계입니다. 저희도 종종 대기업이 클라이언트 입니다.

황당한 수치와 황당한 결과

현재 애플의 OS 점유율은 Mac 과 iOS를 합쳐 6프로가 조금 넘습니다. 갈수록 떨어지고 있지만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MS의 Windows와의 격차는 하늘과 땅 차이 입니다.
더군다나 한국에서는 이 점유율의 격차가 더 심할것이구요. 아이폰 보급으로 인해 iOS의 점유율은 올라갔겠지만 그다지 크지 않을것 입니다.

시장상황으로는 더 다양한 것들을 염두에 두어야 하겠지만 OS의 점유율을 하드웨어의 점유율이라고 가정했을 경우 우리는 믿을 수 없는 경험을 할 수 밖에 없습니다.

거의 20 대 1 정도의 싸움에서 1이 이기고 있는 놀라운 결과입니다.
무슨 말이냐구요? 다들 아시겠지만 애플의 시가총액은 이미 MS를 재치고 세계에서 2위가 되었습니다.
뭐 어차피 주식에 관한 이야기는 전혀 문외한이므로 넘어가도록 하겠습니다.

20대 1의 싸움에서 더 놀라운 결과는 애플의 2분기 매출이 MS를 앞지를 것으로 보입니다.

잘 이해가 안가시나요? OS 시장의 6%를 점유한 애플의 매출이 90% 이상을 점유한 MS의 시가총액을 앞질러 버렸고 매출 역시 앞지를 것으로 예상이 되는 이 상황이 감이 안오시지는 않을 것입니다.
만약 애플이 앞으로 시장점유율이 10%를 넘는다면? MS는 더이상 애플을 추월 할 수 없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습니다. OS 점유율만 극도로 앞질러 있겠지요.

이러한 결과는 어떻게 나올 수 있을까요? 보편적인 경제관념 ( 물론 전문가들은 이해가 될지는 몰라도 ) 을 가진 사람인 저로서는 그저 황당한 결과일 뿐입니다.

숫자의 크기보다 중요한 것들이 세상에는 참 많습니다. 아무리 숫자가 커도 값어치가 없는 것들이 도 참 많구요.
법인물량이 3,40만 대인 100만 대 판매의 갤럭시S와, 순수하게 예약 사용자가 이미 40만을 넘어선 아이폰 둘 중 어느것이 더 사용자가 원하는 것일까요?
구글도 공식적으로 스마트폰용 OS라고 말한 안드로이드를 넣어 사용자들에게 내놓은 갤럭시탭이 얼마나 사용자에게 지속적으로 만족을 줄 수 있을까요?

우리는 모든것을 숫자로 만들어버립니다. 그리고 그 숫자의 크기를 자랑하려고 합니다.
하지만 우리가 그 큰 숫자를 만들어내기 위해 숫자에 휘둘리기 시작하면 세상은 각박해지고 초라해 질 것입니다.

사람을 아끼고 사람에게 시간을 더 많이 주고 사람이 숨 쉴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세요.
애플은 30여년의 시간이 들어갔습니다. 그리고 그 긴 시간동안 정말 보잘것 없는 점유율을 만들고 상상할 수 없는 매출과 값어치를 가진 세계적인 기업이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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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글이 산으로 가버렸네요. 하지만 제가 하려는 말의 요지는 모두 이해해 주실 수 있으리라 믿습니다.
혹시 사업을 하시나요? 복지에 대해서 생각해보셨나요? 돈이 든다구요?
직원들이 오너의 마음을 모를 줄 아시나요? 회사가 어려워도 사람을 아끼는 마음은 누구에게나 전해질 수 있습니다.
사람들이 원하는건 물질적 복지가 아닙니다. 가장 우선되어야 하는 그것은 바로 사람을 생각하는 마음이니까요.

잘되면 근로환경을 개선하고 직원들에게 많이 배풀고 싶으신가요?
한국의 대표기업이라는 삼성이 무노조 경영을 하면서 직원들에게 주는것은 최악의 근무시간 아니였나요?

숫자를 바라보기전에 숫자를 채워가는 사람을 위할 줄 안다면 그 숫자가 크게 늘지 않더라도 우리는 행복할 수 있을거라고 생각합니다.
부자로 편하게 살면서 사람을 무시하고 살고 가족과도 원수로 사는 것 보다 어렵고 힘들어서 눈물이 날 정도라도 행복한 것이 더 귀중한 것이니까요.
부자가 왜 자살을 하나요? 우리는 숫자의 노예가 되어서는 안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