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10월

22

애플의 사라져가는 정체성.

맥을 사용하기 시작하면서 한 번도 애플 이벤트 키노트를 안 본 적이 없는데 지난 9월 10일에 있었던 스페셜 이벤트를 처음으로 보지 않았네요. iOS7의 베타 버전이 너무 실망이 컸던 탓입니다. 기능적으로는 모두 만족하는 iOS 7이지만 아이콘은 정말 견디기 어려웠습니다. 그리고 그리드 시스템으로 아이콘 디자인과 시스템 UI의 일관성은 완성했을지는 몰라도 군데군데 오히려 어려워진 사용성은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주변에는 업데이트 후 디자인 보고 놀랐다가 기능이 좋아서 바로 용서가 됐다는 사람도 있고 디자인 때문에 실망하여 업데이트하지 않다가 나중에 업데이트 후 만족은 하지만 아이콘과 디자인은 아직도 괴롭다는 사람도 있습니다. 다행인 것은 대부분 만족하는 분들이 많으니 다행이지만 장기적으로는 이것이 맞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글에 나오는 디자인이라는 말은 꼭 아이콘이나 픽토그램 같은 그래픽과 비주얼에 관해서만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전체적인 구성이나 사용성 등에 대해 두리뭉실하게 사용되었습니다. 읽어나가면서 대충 상황에 맞게 이해해주시면 될 것 같습니다.

매버릭스부터 아이튠즈 개인정보 동기화는 iCloud(아이클라우드)로만.

이번 달 말에 출시될 것으로 알려진 OS X 10.9(매버릭스)로 업그레이드를 해야 할지 고민이 생겼습니다.

맥 사용자들의 성지라 불리는 One 님의 블로그에 올라온 글인데, 매버릭스부터는 아이튠즈를 통해 개인정보를 내 맥에 동기화할 수 없게 되고 아이클라우드를 통해서만 기기 간에 동기화가 이루어진다고 합니다. 이 개인정보에 해당하는 내용은 연락처, 캘린더, 메일 계정, (사파리) 책갈피 등입니다.

개인정보는 민감한 부분이라 사용자의 사용빈도가 낮더라도 선택의 여지가 있어야 하는 데 없어진다는 것이 이해되지 않습니다.

이 개인정보는 사람에 따라 아이클라우드를 적극 사용하는 사람들도 있고, 와이파이로 자신의 컴퓨터와 동기화하거나 컴퓨터와 연결하면 자동으로 동기화 또는 수동 동기화를 사용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후자를 선택하는 분들은 보안에 어느 정도 신경을 쓰시는 분들일 텐데 옵션이 아니라 아예 없앤다는 것이 이해되지 않습니다.

‘아이클라우드로도 동기화가 가능한 것’과 ‘아이클라우드로만 동기화가 되는 것’은 다른 문제입니다.

문제는 강제에 있습니다. 내 컴퓨터는 로컬입니다. 따라서 로컬 상에 내 데이터를 보관할 수 있어야 하는 것은 당연합니다.

내 맥에 내 아이폰을 동기화시키는 것은 지극히 당연합니다. 아이클라우드는 서비스지 강제로 사용해야 하는 사항이 아니니까요. 그런데 선택사항도 아니고 로컬 동기화를 없애버리다뇨. 이건 거의 사용하지 않는 ODD를 애플 컴퓨터 전체에서 없애는 것과 다른 것입니다.

매버릭스 이후 다음 OS 버전부터는 iOS 7 방식으로 디자인을 적용하려는 것 같아서 개인적으로 이번이 마지막 OS 업그레이드가 될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이렇게 되면 저는 마운틴 라이언에서 멈춰야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여전히 논란이 되는 iOS 7.

애플의 iOS 7은 여전히 시끄럽습니다. 확실히 필요한 기능은 추가되었지만 또 다른 사용성인 디자인과 사용자 경험은 문제가 있습니다. 새로운 디자인에 대한 적응의 문제가 아닙니다. 지금까지 이렇게 강하게 반발하고 거부하는 일은 없었다는 것이 핵심입니다. (또한, 예전의 디자인을 돌려달라는 이야기도 아닙니다.)

개인적으로 생각하는 애플의 정체성은 일관성과 섬세함입니다. 아이콘부터 시작해서 맥의 편리함까지, 사용하다 보면 작은 부분까지 신경을 쓴 세밀함에 감탄하게 됩니다. 아이콘 역시 마찬가집니다. 미니멀하거나 플랫한 추세와는 다른 문제입니다. 늘 섬세했습니다. 아이콘을 보면 어떤 용도인지 충분히 짐작할만한 것들이 많았고 아이콘 자체만 놓고 봐도 만지고 싶을 정도로 예쁩니다. 이런 애플 제품의 사용성이 사라지고 있습니다.

평생 빼기만 하는 하드웨어 디자인을 하던 제품 디자이너가 OS의 풍부한 배려를 하드웨어 디자인 철학에 맞춰 지휘하려고 하니 문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습니다. 하드웨어에서는 쓸데 없는 버튼을 빼고 사용 목적에 집중하는 것이 답이지만 OS는 사용하려는 소프트웨어를 위해 드러내지 않고 없는 것처럼 구석구석 숨어있다가 필요할 때마다 불편함이 없도록 디자인되어야 합니다.

OS가 디자인 추세를 따르다뇨? 버튼은 버튼임을 한눈에 알 수 있어야 하고 아이콘 같은 객체는 그림자가 있어서 주변의 다른 것과 구분이 되어 집중할 수 있어야 합니다. 장판에 그려진 무늬처럼 달라붙어 있기만 해서는 답이 나올 수 없습니다. 팝업은 반투명하게 되어 배경이 흐릿하게 보여서 스크롤 하면 산만하고, 충전 중인지 알아보려면 작은 번개 표시 뚫어지게 봐야 하고, 알림창은 그림자도 없어 알림창 내용을 한눈에 인식하기 어려운 게 디지털 디자인의 걷어내는 미학이 아닙니다.

OS 디자인을 바꾸지 말라는 말이 아닙니다. 애플이 만들어온 제품 철학과 사용성에 위반되는 디자인을 하지 말라는 말입니다. 사람들은 거기에 반해서 재구매를 하고 기꺼이 주변 사람들에게 사용하라고 홍보위원을 자처했던 것입니다. 무슨 메말라 비틀어진 나뭇가지같이 주변과 구분도 안가는 단색의 디자인으로 무미건조하게 탭만 하게 하는 것이 미학인지 모르겠습니다. 그게 디지털이면 따뜻하게 만들어줘야죠. 잡스가 그랬던 것처럼.

apple_why_01_131021

대기화면의 “밀어서 잠금해제”가 예전부터 아이폰을 사용하던 사람들마저 해깔려 했다는 것은 심각한 문제입니다. 처음 아이폰을 쓰는 사람들은 더 혼란스러울 테니까요. 이제 화살표 꺾쇠 하나 넣어놨으니 된 건가요? 저도 애플 제품을 무척 좋아하지만 그런 식의 이야기는 그냥 무조건 덮어주는 것밖에 되지 않습니다. 사용자가 불편하다고 느꼈으면 불편한게 맞습니다. 그게 바로 잘못된 디자인입니다.

이전의 일관성 없는 가이드와 UI는 반드시 고쳐져야할 문제고 디자인도 과한 것은 덜어내고 더 사용하기 편하게 바꺼야 한다면 그렇게 해야하지만 지금은 퇴보라고 해도 전혀 어색하지 않을 상황입니다.

사용자를 위하던 애플이 개발자를 위하는 디자인을 하고 그들이 맞다고 생각하는 제품을 강요하는 느낌입니다. 더 뛰어난 기능은 이제 안드로이드도 충분하지 않나요? 아이폰을 사용하는 이유는 뛰어난 기능만 아니라 함께 어우러진 뛰어난 사용성과 편리함이었습니다. iOS가 앞으로는 산으로 갈지도 모르겠습니다.

섬세함에서 나왔던 애플의 쾌적함.

맥을 사용하면 쾌적합니다. 바로 위에서 말한 섬세함 때문입니다. 맥을 사용하기 시작하면서 누군가는 그런 말을 했습니다. “네가 맥이 왜 필요하냐”고, “맥을 써서 작업이 더 빨라졌느냐”고(말 자체도 웃기지만 정말 그렇다고 한다면 그 사람은 과연 맥을 사용했을 것인지는 의문입니다).

맥을 사용하고 알기 시작하면 맥에 열광하는 이유는 하나입니다. 쾌적함입니다. 사용자가 느끼는 이 쾌적함은 바로 섬세함에서 나옵니다.

자동차를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최대속도도 똑같고 제로백도 똑같은 차가 있습니다. 그런데 한 대는 승차감이 좋지 않고 에어컨이 없고 다른 한 대는 승차감도 좋고 에어컨이 기본으로 들어있습니다.

도착지까지 걸리는 시간은 같지만 쾌적하고 기분 좋게 운전할 수 있는 차는 후자의 차입니다. 맥에 빠져드는 이유는 바로 그런 이유입니다. 그래서 ‘윈도우도 다 되는데’ 라며 공격할 거리를 찾는 사람에게 더 해줄 말이 없는 것입니다. 이유를 찾다 보면 싸움만 나는 것이고요.

그런데 저는 지금 이런 것이 사라지고 있는 느낌입니다.

apple_why_02_131021아이튠스도 그렇게 변했습니다. 업데이트되면서 사이드바가 사라졌습니다(메인 사이드바). 사이드바에서 한 번만 클릭하면 앱스토어, 내 아이폰과 아이패드, 음악, 앱, 팟캐스트, 나스의 음악 공유 폴더 등으로 바로 이동할 수 있었는데 아이폰이나 아이패드로 이동하기도 불편해졌고 앱스토어로 바로 이동하는 것도 불편해졌습니다. 한 단계를 거쳐야 이동할 수 있도록 UI가 바뀌었습니다.

한 번 지나가는 일이라면 상관없겠지만 이런 것들이 배려와 섬세함이 사라지는 증거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명확한 사용성이 과연 사용자가 원하는 답일까?

명령어를 입력하던 콘솔에서 마우스로 아이콘을 클릭하여 명령을 대신하는 OS로 바뀌었지만 아직도 전문가들은 가장 직관적인 컴퓨터 입력방식은 텍스트로 명령어를 입력하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명령어만 정확히 알고 있다면 말입니다. 문제가 생기면 아이콘을 클릭하고 폴더를 클릭하고 마우스 우클릭으로 나오는 팝업 명령 외에는 할 수 있는 것이 없지만, 명령어를 안다면 콘솔을 열고 폴더에 접근하고 다양한 명령어로 문제를 해결할 수가 있습니다.

특히 리눅서들은 직관성을 이유로 리눅스가 매우 뛰어난 OS라는 말을 하기도 합니다. 저도 리눅스를 설치하고 어느 정도 기본 명령어 정도는 할 줄 아는, 소위 선무당 같은 입장이라 그 말에 반은 수긍합니다. 하지만 일반인들에게 명령어만 외우면 이만큼 OS를 많이 제어할 수 있으니 사용하라고 권해준다고 사용을 할까요? 아닙니다. 리눅스의 텍스트 편집기인 VIM이 기능만 익히고 나면 정말 다른 에디터 못쓴다고 말을 합니다만 일반 사용자들이 까만 화면에 텍스트 가득한 VIM을 vi 엔터 치고 실행시켜서 사용하면서 감탄을 할까요? 절대 아닙니다. 리눅서들이 놓치고 있는 것이 있다면 일반 사용자들은 자신들처럼 Geek 해 질 생각이 없다는 것입니다.

왜 이렇게 길게 이야기 했냐면 제가 보는 맥이 지금 그렇게 되는 것 아닌가 생각이 들어서입니다. 아이콘이 과하니, 한물간 디자인이니, 스큐어모피즘이 가득한 캘린더 같은 앱은 디지털과 맞지 않고 정보만 입력하면 되고 직관적이기만 하면 되는 것으로 흘러가는 것이 문제입니다. 진짜 캘린더처럼 이전 또는 다음 달로 넘어갈 때 종이 넘기는 애니메이션은 쓸모없는 것이라고 하는 것, 그냥 일정 잡고 약속 잡는 디지털 캘린더 본연의 글과 면과 선만 있으면 된다는 논리가 리눅스의 그것과 닮아있다는 것입니다.

돌이켜 보면 애플은 논리와는 멀었습니다. 까만 화면에 하얀 글자가 찍히던 시절에 스티브 잡스가 만든 것은 종이처럼 하얀 화면에 까만 글자가 찍혔고 마우스로 아이콘을 클릭해서 프로그램을 실행시켰습니다. 사람들은 종이처럼 하얗고 밝은 화면에 까만 글을 적는 것에 반했습니다. 명령어로 정확히 폴더를 찾아가고 실행시키는 것보다 아이콘을 클릭하면 앱이 실행되고 쓸 수 있는 것에 환호했습니다.

apple_why_03_131021

동그라미도 표현하기 어렵던 당시 스티브 잡스는 둥근 모서리가 있는 대화상자와 창을 만들었습니다. 현실을 둘러보면 둥근 모서리가 가득했기 때문입니다. 이후 둥근 모서리는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 전반에 걸쳐 애플의 또 다른 상징이 되었고 iOS6도 맥 OS도 모두 라운드가 있습니다.

좀 더 정확하고 신속하고 빠른 맥이어서 사람들이 반하고 빠져든 것이 아닙니다. 쉽게 접근할 수 있고 감성적이었기 때문에, 사람들이 몰라도 쓸 수 있는 것이었기 때문에, 그리고 구석구석 숨어있는 사용자들 위한 꼼꼼하고 치밀한 배려에 감동받았기 때문입니다. 나머진 그 후의 문제입니다.

디지털과는 어울리지 않기 때문에 다 걷어낸다고요? 지금까지 애플이 이루어온 모든 애플의 정체성을 허무는 작업으로 보입니다. 간단하고 명료하고 단순한 것은 맥에서 실행한 앱을 사요할 때 느끼는 것들이었지 그 것을 위해 모든 것을 버리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스큐어모피즘이든 뭐든 상관 없습니다. 지금 애플이 걷어내고 있는 것은 디지털을 위해 사람들의 감수성을 걷어내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스티브 잡스가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단순함이란 궁극의 정교함이다” 라는 말을 디자인 철학으로 삼은 것은 무조건 빼내야 한다는 것이 아니라 직관적으로 사용하기 쉽게 만들어야 한다는 뜻이었습니다. 그래서 위의 리눅스에서 예를 든 직관적인 것과는 다르게 일반 사용자가 쉽게 받아들일 수 있는 단순함과 직관을 제품에 넣은 것입니다.

스티브 잡스의 전기에 보면 다음과 같은 내용이 나옵니다.

“잡스는 단순한 디자인이라는 핵심 요소가 제품을 직관적으로 쉽게 사용할 수 있도록 만든다고 믿었다. 사실 디자인의 단순함과 사용의 편리함은 짝을 이루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때로는 디자인이 너무 매끈하고 단순하면 사용자가 겁을 먹거나 불편함을 느낄 수도 있는 법이다. “우리 디자인의 주안점은 사용자들이 제품을 직관적으로 파악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있습니다.” 잡스는 디자인 전문가들 앞에서 이렇게 강조했다. 예를 들어 그는 매킨토시에 적용한 데스크톱 메타포를 찬양했다. “사람들은 데스크톱, 즉 책상 위를 직관적으로 사용할 줄 압니다. 어떤 사무실에 들어가서 보든 책상 위에는 서류가 놓여 있습니다. 맨 위에 있는 서류가 가장 중요하지요. 사람들은 그러한 우선순위를 변경하는 방법도 잘 알고 있습니다. 우리가 책상 위와 같은 환경을 고려해 컴퓨터를 설계하는 이유는 사람들이 이미 가지고 있는 경험을 활용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저는 이 이야기에 매우 공감을 합니다.

저는 조나단 아이브를 제품 디자인에는 정말 존경하고 좋아하지만 소프트웨어 디자인에서는 손을 뗐으면 좋겠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분명히 애플에 타격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정체성이 무너지고 있나?

iOS 7과 아이폰 5C를 보면서 애플이 자신들의 색을 잃어가고 있다고 느꼈습니다. 자신들이 가장 잘하는 것을 놔두고 갑자기 바뀌어야 한다고 다짜고짜 지금까지 모든 것을 뒤집는 느낌입니다. 왠지 모르게 뭔가 급합니다. 뭔가를 바꾸려고 하고 다르게 보이려고 하는 것 같습니다. 쫓기는 느낌이라고 할까요?

apple_why_04_131021BMW와 포르쉐를 보세요. 그들의 정체성은 그대로 유지한 채 계속 발전해왔습니다. 로고 떼어버리고 누구한테 물어봐도 무슨 자동차인지 알 수 있습니다. 그때그때 유행하는 디자인으로 바꾸고 로고만 붙여서 지금의 회사가 있는 것이 아닙니다. 자신들만의 느낌과 방식을 그 시대에 맞게 변화시키고 유지해왔기 때문입니다.

제가 느끼는 애플은 좋은 제품을 생산하고 그것을 통해 매출을 올리는 회사이지 공장처럼 물건을 이것저것 찍어서 점유율을 올려 매출을 올리는 기업이 아닙니다. 그런데 아이폰 5C가 등장했습니다.

아이폰 5C가 실패를 했다 아니다의 문제보다 저는 이런 애플의 움직임이 과거와는 다르다는 것입니다. 5C가 많이 팔리고 성공하고 점유율이 올라갔다고 하더라도 선택과 집중이 종족특성인 애플이 그것을 버리고 다른 기업처럼 점유율을 올려서 자신의 위치를 유지하려고 한다면 문제가 생길 것이라고 보는 것입니다.

아이팟도 여러 제품이 있지 않느냐고 할 수 있지만, 아이팟은 각각의 특징이 확실합니다. 그런데 5C는 특징이 있는 것이 아니라 5S보다 못한 아이폰일 뿐입니다. 분명히 아이폰 5가 있는데 굳이 집중할 수 없는 환경을 만들어낸 것입니다. 앞으로 5C의 실패를 만회하려 무엇을 하기보단 5C를 없애고 최신 제품에 중점을 두고 이전 제품이 받쳐주는 기존의 형태를 유지하지 않으면 집중이 특기인 애플이 자신들의 특기와 정체성마저 잃게 되고 갈피를 못 잡을 것같습니다.

아래 슬라이드는 지난 15년간 애플 사이트의 변화입니다.

지난 15년 동안 사이트 디자인에 얼마나 많은 트랜드가 있었나요? 그런데 애플은 마치 BMW처럼 그들의 정체성을 한 번도 잃지 않고 사이트를 운영해왔습니다. 입이 떡 벌어질 정도입니다. 더 놀라운 것은 그러면서도 세계 최고의 사이트 중 하나로 늘 평가받아왔습니다.

스큐어모피즘이요? 그게 정체성이면 가져가야죠. 시대에 맞게 변하면서. 사이트도 정체성을 유지할 수 있는데 스큐어모피즘이든 뭐든 정체성을 유지 못 할만한 곳이 아닙니다. 알루미늄에 정신 못 차리고 미니멀한 제품에 자신이 있으면 경쟁기업이 트랜스포머를 만들어내도 지금처럼 매끄러운 큐브를 만들어야 합니다.

바껴야 하는 것은 당연한 것입니다. 하지만 문화와 정체성은 유지를 해야합니다. 애플은 윈도우를 설치해서 쓰더라도 사고 싶은 제품을 만들었습니다. 적어도 제품디자인은 최고라고 할 수 있습니다. 소프트웨어 역시 써보면 권해줄 정도로 대단합니다. 그런데 지금은 소프트웨어에서 뭔가 흐트러지고 흔들리고 있다는 생각입니다.

스티브 잡스가 애플에서 쫓겨난 후 생산 공장처럼 다양한 제품들을 만들고 OS도 라이센싱 했지만 무너지기 직전 까지 갔었습니다. 잡스가 돌아와서 가장 먼저 한 것이 모든 것을 정리하고 집중하는 것이었습니다. 왜냐면 애플은 집중하여 좋은 제품을 만드는 목표가 있고 그것이 회사의 영혼인데 온 데 다 싸질러 놓으니 버틸 수가 있나요. 원래 성격이 파고드는 성격인데 주변에서 일을 벌려놓는다고 완벽하게 하나 끝내고 다른 일도 처리할 수 없는 것입니다.

저는 앞으로도 애플만큼 좋은 사용자 경험을 줄 수 있는 회사는 거의 나오지 않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래서 애플이 다른 회사들 처럼 될까봐 안타까운 것입니다. 그런 사용성을 경험하지 못하게 될까봐 싫은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이번에 새로 나온 아이폰 TV 광고를 올립니다. 기존의 아이폰 광고와 느낌이 매우 달라졌습니다. 지금까지는 제품이 드러나지 않고 사람들의 생활 속에 묻어있는 감성적인 광고였는데, 지금은 화려하고 멋진 제품의 광고로 바뀌었습니다. 광고는 멋있는데 그냥 다른 기업들처럼 멋진 전자제품 광고 하나 보는 느낌입니다. 가슴 속에 오래 남는 광고는 아닌 것 같습니다. 이렇게 광고를 만들면 안 된다는 것이 아니라 광고도 이제 확연히 바뀌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쨌든 기존 광고에 익숙해져 있다가 보니 이질감이 살짝 들긴 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