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03월

21

여러분은 사람을 사랑하나요, 현실을 사랑하나요?

얼마전 회사에서 전시회를 보러 갔다가 점심을 먹고 주변 커피숍에서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어릴적에 볼 수 있었던 변두리 커피숍의 분위기가 오히려 더 세련되어 보이고 눈에 띄던 그곳에서, 조금은 소녀같은 감성과 철 없던 어린시절의 순수한 이야기가?낡은 탁자와 고르지 못한 콘크리트 벽의 녹색 페인트에서 배어나올 것만 같던 그 공간에서 저는 철저히 소외되고 버려져가는 우리들 자신과 우리들의 현실에 대해 보고 듣고 말았습니다.

피할 수 없는 자리, 애써 다른?화재를 꺼내기에도?애매한 자리에서 사람들은 한숨대신 어두운 얼굴로 서로의 후회를 이야기 하고 있었고, 누군가의 입에서 나와 바톤을?받아들고 다시 달리는 누군가의 목소리를 탁자를 바라보며 듣고 있는게 참 힘들고 벅찼습니다.
적어도 그날 마셧던 커피는 진하게 내려져서 쓴 맛이 아니라 그들의 이야기가 녹아서 쓴 맛을 내었던 것으로 앞으로도 기억 될 것 입니다.

한동안 이어지는 연예인 이야기들, 그들의 삶의 질을 예측측량하고 그것을 부러워 하는 이야기들이 이면지 처럼 쏟아지기를 한동안 반복하더니 결국 그 이야기의 화살은 자신의 삶과 타인의 삶에 대한 궁금증에 꽃혀 있었고 어쩌면 그것이 애초에 향하고 있었던 과녘이었을것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모두가 비틀거리고 있었습니다.

어떤 동료의 친구 이야기로 시작된 결혼과 현실에 대한, 또는 주변에 결혼하지 않은 미혼의 동료들이 현실을 간접체험하기 위해 귀를 들이대는 성토의 자리에서 누구도 ‘나는 아니다’ 라며 쿠데타를 일으키는 사람은 없었습니다.

사랑, 그리고 결혼, 그리고 그 과거가 가져다 준 현실에 펼쳐진 부산물은 후회.
그런 자신의 후회스러운 삶에 대한 냉정한 평가를 많은 사람들 앞에서 투명하게 내린 후?자신의 친구에 대한 성공적인 삶에 대한 연설이 이어지기 시작했습니다. 사랑하는 사람과 부모의 반대로 결혼하지 못하고 소위 “사”자 돌림과 결혼한 친구를 보면서 세상을 잘살아가려면 사람보다는 사람이 가진 배경과 안정성이 중요하다는 피터지는 연설이 끝났습니다. 그 그 사람의 연설은 흔히 말하는 됨됨이나 가능성이 아니었습니다. 그 사람을 물질적 가격으로 환산해서 붙여놓은 시세표를 확인하고?잡아야 한다는 충고였습니다.

시선은 창 밖으로 나갔다가 커피잔 속 시커먼 커피속에 빠졌다가를 반복하던 와중에 제 시선에 들어온 건 다름이 아닌 사람들의 수긍을 알리는 끄덕임이었습니다. 누구도 멈춰 있거나 외면하는 모습이 아니었습니다. 미혼이던 기혼이던 “그 말이 백번 옳습니다” 며?마음속에서 우러나오는 찬사의 끄덕임이었습니다.

충격. 전 그것이 충격이었습니다. “만족없이 저런 힘든 삶을 사는 사람도 있구나” 하는 청취자의 입장이었을 뿐 아무런 감흥도 어떤 동요도 일어나지 않고 있다가?,모두가 군무를 추듯 끄덕 거리는 모습을 보고서야 심한 충격을 받았습니다. 그냥 소파에 몸을 깊숙히 묻고 말았습니다. 마치 내동댕이 쳐진 걸래처럼?퍼져버렸습니다.

두 번째 연사를 소개하듯?우뢰와 같은 끄덕임 이후에 자랑스럽게 다른 자리에 있는 사람에게 말을 던집니다. “그쪽은 어떠세요?”
“안그래도 어제 둘이 그런 이야기를 했어요. 나랑 결혼하고 아이 낳은 것들, 그리고 그런 생활들에 대해서 후회 하지 않냐는 말에 대답을 했어요. 내가 서울에 올라오지 않았다면 지금까지 오지도 않았을거라고. 내가 왜 서울에 올라와서 여기까지 왔는지 모르겠다고.”
“예전에 소개받은 사람이 있었는데 그 사람이랑 결혼했으면 지금은 어떻게 살거고, 거긴 가진게 어떻고 직업이 어떠니까 내가 더 편하고 어쩌고 저쩌고.. ”

그곳에 흐르던 무거운 기운은 사람을 평가하는?평가의 방식이나?버려진 인간의 모습 때문이 아니였습니다. 더 돈 되는 사람을 선택하지 못한 후회와, 어떤사람을 만나야 더 편하게 살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의 수맥이 만들어낸 목이 뻐근한 기운이었습니다.

결혼하지 못한 늙은이들은 기혼자들의 후회스러운 삶과 경제력을 조롱할 수 있는 기회와 자기 정당화가 만들어지고, 이야기를 듣는 미혼자들은 사람에 대한 갈증과 사랑보다 어떤 사람을 만나서 남들 걸을때 차타고, 남들 차 탈 때 더 큰차를 타고 남들 보다 더 잘살면서 남들에게 자랑 할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을 던져주는 의미깊은 자리가 되어가고 있었습니다.

마치 선문답을 하듯 후회의 삶을 사람들 앞에서 공포한 그들은 인류의 반 인 여자와 또 다른 반 인 남자를 대표하듯 고른 성 비로 주거니 받거니 하였고 사람들은 물질이 주는 혜택과 편안함에 대한 찬양이 이어졌습니다. 그것만 보장된다면 ‘어떤 인간이라도 상관이 없으니 제발 있는 인간이여 오소서’ 라며 주문을 외우는 듯 다시 해맑게 웃는 얼굴로 연예인과 농담, 시시콜콜한 물질적 청사진이 다시 테이블 위에 쏟아졌습니다.

두 번째 연사의 이야기가 시작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저는 이미 속으로 두 세개의 욕을 번갈아가면서 되뇌이고 있었습니다. 저 역시 비겁했습니다. 나는 차라리 거지로 살겠다고 말하려고 했지만 입에서 떨어지지 않는 비겁함속에 숨어서 주변의?인테리어에 시선을 돌리는데에만 집중하였습니다. 속으로 ‘이 못난것들’ 이라고?조롱하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저는 적어도?나의 편안함을 위해 사람을 선택하고, 그리고 그런 사람과 자고 일어나는 일을 고통이라 생각하지 않고?살아갈 자신이 없습니다. 적어도 그것은 살아서의 지옥이라고 생각합니다.

자리를 털고 일어나서 걷는동안 생각을 했습니다.
‘저들이 싸구려 취급하는 그 인간들 또한 저들과 함께 사는것에 대해?후회를 하고 있지는 않을까?’
왜냐면 제가 보기에 후회하고 있는 그들도 물건으로 치자면 싸구려 축에 속하기 때문입니다. 결국 그들도 상대방의 인생을 후회하게 만든 장본인일 뿐입니다. 그날 오후는 뱉어낸 가래가 턱과 상의에 붙어 추한 모습의 사람들이?걷고 있었습니다.

적어도 사람을 사랑하는 사람으로 아이를 가르쳐야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적어도 지금까지는 그들이 틀린 사람들이라고 가르쳐야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결국 우린 서로에게 버려질 수 밖에 없으니까요.

우리에게는 껴안을 수 있는 체온과 맥박이 있습니다. 세상 끝날에 천국에서 함께 살아갈 가족과 사람들이 있습니다. 고작 80년만 쓸 수 있는 편리한 가전제품과 편안한 집을 가지고 살고 싶지는 않습니다.
내 영혼이 하나님께 있고 하나님께서 사랑하라 하신 아내와 아이를 사랑합니다. 또한 힘들지만?싫거나 미운 사람들이라도 사랑하려고 노력합니다. 적어도 사람들이?영혼을 내팽게치고 가격을 매기지 않기를 바랍니다. 그렇지 않으면 남들도 우리를 그렇게 취급하게 될테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