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09월

27

옛날과 변함 없는 우리나라 인터넷 사용성.

얼마 전 인터넷 쇼핑몰에서 쇼핑을 하면서 겪었던 일입니다. 저는 회원가입을 잘 하지 않습니다. 자주 사용하는 사이트를 정해놓고 주로 사용하는 편이고, 나머지는 비회원으로 물건을 주문합니다. 이번에 집에서 사용할 여러 물품을 살 일이 있었는데, 아직도 이런 쇼핑몰이 있나 싶더군요. 그것도 누구나 알 수 있는 업체인데다가, 쇼핑몰 규모도 작지 않아서 더 이해가 안 가더군요.

제품 상세 페이지에는 ‘장바구니 담기’ 버튼이 있지만, 글로벌 메뉴에는 장바구니 항목이 아예 없습니다. 로그인을 해야 나타나는 항목이라는 걸 직감할 수 있지만, 비회원은 1개씩 바로 구매하라는 건지 알 수 없는 구조였네요.

어쩔 수 없이 하나씩 구매하려고 ‘바로 구매하기’ 버튼을 눌렀더니 ‘비회원 주문하기’ 버튼이 보이고, 그 버튼을 눌렀더니 ‘비회원 로그인’ 버튼과 ‘비회원 주문/배송조회’ 항목만 보입니다. 직접 ‘고객 감동 센터’ 라는 곳에 전화를 걸어서 비회원 주문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아보았습니다.

  1. 먼저 물건을 장바구니에 담거나, 바로 구매하기 버튼을 누릅니다.
  2. 그리고 ‘비회원 주문하기’ 버튼을 누릅니다.
  3. 여기서 ‘비회원 로그인’ 항목과 ‘비회원 주문/배송조회’ 항목 중 ‘비회원 로그인’ 버튼을 누릅니다.
  4. 약관에 동의하고 주문정보를 적습니다.
  5. 이제서야 장바구니 버튼도 보이고 사이트에서 여러 물건을 담을 수 있습니다.

이해할 수 없는 이 불편한 구조의 쇼핑몰에 대해 상담원에게 너무 복잡하다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하지만 지금까지도 전혀 바뀌지 않고 그대로 운영이 되고 있네요. 결국 ‘고객 감동 센터’는 걸려오는 전화만 해결하면 되는, 사용자들이 원하거나 불편해하는 것들이 어떤 것인지 실무자들에게는 전혀 전해지지 않는 구조인 것 같았습니다.

  1. 물건을 장바구니에 담거나 구매하기 버튼을 누릅니다.
  2. 장바구니 버튼을 누르거나 구매하기 버튼을 눌렀을 때, 해당 물품들이 목록으로 나타나고
  3. 비회원 주문 버튼을 누르면 나머지 진행사항대로 구매를 진행합니다.

가장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쇼핑몰 구조는 이렇게 되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요? 전화를 하거나 물건을 하나만 주문하기 위해 계속 진행하지 않는다면 그 쇼핑몰에서 어떻게 장바구니에 담고, 비회원 로그인은 또 무엇인지 알 수도 없는 방식으로 구매하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아마존등 외국 쇼핑몰을 이용하면서 우리나라의 대형 쇼핑몰들과 참 많은 비교를 하게 됩니다. 직구를 몇 번 하고나니 얼마나 사용자에 대한 배려가 없는지 느껴지더군요. 제가 인터넷을 접한 지가 20년 정도 되었습니다. 인터넷 쪽에서 일한지도 거의 그 정도 되었고요. 쇼핑몰이든 사이트든 정말 보수적이고 변화가 느리다는 걸 많이 느낍니다. 심지어 일하는 방식도 그 때나 지금이나 거의 차이가 없다는 것이 정말 놀랍죠. 모바일로 넘어갈 때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어쩔 수 없이, 왜 꼭 이런 걸 해야 하나 하는 분위기였어요. 그 전에 조금씩 불던 웹표준도 마찬가지 시각이었습니다.

자신이 맡은 일, 자신이 하는 일에 대한 자부심이나 자존심은 없이, 그저 ‘저런 게 새로 나와서 사람 피곤하게’ 식의 생각들이 얼마나 많았는지 모릅니다. 아직도 거의 변함없는 프로세스로 마지못해 따라가는 우리나라의 현실, 하지만 다들 인터넷 강국이라는 말도 안 되는 소리에 상황파악도 못한 채, 똑같이 따라하는 앵무새와 다를 바 없는 이상한 자부심. 인터넷 속도 빠른 것이 인터넷 강국이 아닙니다. 좋은 고속도로에 달리는 차가 없다는 건, 그만큼 경제가 활발하지 않다는 증거겠죠. ‘너희들 이런 도로 있어? 부럽지?’ 라고 스스로 폄훼 하는 것 밖에 안 됩니다.

20년이 지났으면 20년이 지나 변화한 인터넷 환경만큼 스스로 하는 일에 열심을 가지고 했으면 좋겠습니다. 우리가 거지근성이라고 말하는 게, 꼭 무언가를 거저 얻으려고 하는 것만이 아니지 않나요? 아직도 부서끼리 싸움만 하고, 잘못 떠넘기기와 정치에만 관심있는 사람들을 보면, 앞으로 우리 자녀들이 버티며 살아갈 수 있을지 의문이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