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06월

04

잘못 흘러가는 회사, 잘못 흘러온 나.

저는 웹에이전시에 다니는 웹퍼블리셔, 그러니까 흔히 코더라 불리는 업무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익스플로러와 파이어폭스, 크롬등의 브라우저에서 사이트 가 정상적으로 보이도록 하는 업무입니다.

오늘은 저녁에 회사에서 대판 싸우고 집으로 왔습니다. 제가 요즘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서 참지 못한 이유도 있고, 숨 한 번 고르면 됐을 일인데도 들리는 이야기에 바로 반응한 잘못도 있습니다.

업무중에 뒤에서 개발팀장과 디자인 팀장이 부르더군요. 일단 하던 부분 마저 하고 보려는데 “익스플로러6에서는 깨지고 다른 버전에선 괜찮으니 이건 분명 코딩 문제다” 라는 식으로 말을 반복하고, 디자인팀장은 이리와서 좀 보라고 계속 부릅니다. 다른 페이지들은 정상인데 한 페이지가 익스플로러 6에서 깨져보이는 것 이었습니다.

깨지면 코더의 문제가 맞습니다. 제가 작업한건 아니지만 제가 디렉팅을 하고 있는 상황이구요. 하지만 몇일을 제가 담당하고 있는 프로젝트의 코딩에 문제가 있어 4일 정도를 허비한 상태에서 다음 주까지 코딩을 끝내야 하는 스트레스가 큰게 화근이었던 것 같습니다. 코딩문제라고 반복해서 말하는게 상당히 거슬리면서 화가 나기 시작했습니다.

돌아보니 익스플로러 6에서 코드가 밀려보입니다. 7, 8에서는 문제가 없다고 하구요. 제가 화가난 건 그겁니다. 7, 8 에서 괜찮은데 6에서 깨지니 코드 자체가 잘못된 거라는 식의 말이 상당히 거슬렸습니다. 제대로 된 코드도 깨지는게 익스플로러 입니다. 그걸 맞추는 크로스브라우징을 하는것도 제 업무고, 언제든지 일어날 수 있는 상황입니다.


그러고 보니 다른 키보드는 모두 1년도 못되어서 인쇄가 지워졌었는데 넌 1년이 넘도록 선명하구나.

제가 지금까지 회사에서 가장 많이 들었던 소리가 “코딩 문제 아니냐?”, “코딩에서 해결을 못하냐?” 등의 이야기 입니다. 가뜩이나 신경이 날카로운 상황에서 그런 이야기와 문제가 약간 심각한 듯 부르는 디자인 팀장때문에 짜증이 많이 났습니다.

좀 참았어야 했는데 그게 안되더군요.” 이 사이트가 익스플로러 6에도 맞추기로 한 건가?’, “아니지만 6에서 깨지니 코드가 문제가 있는 것 같다” 라는식의 이야기가 오갔습니다.
그러면 그냥 6에서 깨지는거 놔두고 가면 되지 왜 그러냐고 디자인 팀장에게 짜증을 냈습니다. 실은 몇 달 전에도 익스플로러 6은 제외 하고 진행하기로 한 프로젝트에서 개발팀장이 자기 브라우저에서 안보이니 보이게 맞추라는 말에 웃기지 말아라로 응대한 적이 있습니다. 오늘 사건도 결국 설레발 치는 개발팀장과, 개발팀장의 말만 듣고 사단이 난 듯 말을 하는 디자인 팀장때문에 짜증을 내게 되었습니다. (좀더 자세히 말하면 6에서 깨져서 코드 자체가 잘못된것은 아닙니다. 고치면 되는거구요.)

이건 간단한 문제입니다. 특정 버전의 브라우저에서 깨지니 고쳐주세요 라고 하면 끝나는 문제입니다. 늘 그래왔듯이.

결국 저의 잘못이지만 정말 짜증 나더군요. 결국 또 ‘IE 6 은안맞추기로 했으면 그냥 가면 되잖냐’고 짜증을 냈고 그러다가 서로 소리를 지르는 상황까지 갔습니다.

요즘 회사에 대해서 많은 고민을 합니다. 저희 회사는 규모는 많이 작지만 대외적으로는 인지도가 있는 회사입니다. 하지만 요즘 급변하는 웹시장을 보면서 ‘이대로 가면 결국 업계에서 뒤처질 것’이라는 압박감, 그리고 기존의 방식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고 변화하는 시장에 대처하지 않는 동료들을 보면서 정말 걱정을 많이 합니다. 이게 애사심인지는 모르겠지만요.

그러고 보니 그런것들에 대한 불안감과 불감증에 걸린 직원들에 대한 원망도 평소에 꽤 녹아있었네요.

오늘 싸운 디자인 팀장은 저보다 8살이 어립니다. 한 번은 저에게 이런 말을 한 적이 있습니다. ” 익스플로러 아니면 코더들이 코딩으로 밥먹고 살았겠” 냐고. 저희 회사는 디자인 퀄리티 중심의 회사 입니다. 디자인 중요하죠. 하지만 가끔 그것 때문에 다른 것을 팽게치는 경우를 종종 보아왔습니다. 디자인이 중심인 회사에서 코더란 한낱 디자인을 웹에 퍼블리싱 하는 존재정도로 갖잖게 보는 듯한 발언이었습니다. 딱히 이래저래 말하지는 않았습니다. 그 사람은 그런 주관으로 살아가는 것이고, 저는 저 나름대로 – 디자이너의 범주였던 플래시가 이제는 플래셔, 모션그래퍼, 액션스크립터 등으로 세분화 되었듯- ‘전문화가 되면 분업이 되고 더 전문적이 되어야 한다’는 주의이기 때문에 그 사람은 그럴 수 있겠구나 합니다. 기분 나쁠것도 없고 기분 나쁘지도 않았구요.(그런 생각 자체에 어이는 없었습니다.)

하지만 그래서 그런지는 몰라도 항상 별 볼일 없는 업무 정도로 치부하는 경우도 자주 있었고, 종종 어떤 의견이 있으면 거기에 대해서 ‘모르면 가만히 있어’라는 식으로 가르치는 말을 자주 했습니다. (물론 업무 말고 사회나 인생에 관한 이야기들에 대해서 말이지요.) 업무적으로 자신이 생각하는 격차를 현실에서도 혼동을 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삶을 막 살아오지 않는 이상은 대부분 더 이른 사람이 더 많은것을 경험하는데도 말입니다.

극단적으로는 저를 싫어하는지는 몰라도 같이 퇴근할 일이 있으면 항상 지하철에서 이어폰을 끼고 DMB만 봅니다. 대화를 해 본 적이 없습니다. 저보다 어린 총괄 디렉터와 함께 퇴근할 때는 한번도 그런적이 없었습니다. 심지어 자리가 나면 먼저 앉고 저보고 앉으라고 한 적도 없습니다. 남남 처럼요. 둘이 퇴근하면 그래서 대화라는게 없었죠. 제가 먼저 내리면서 들어가라고 손 흔들어주는 정도가 다였습니다.

‘저 사람은 내가 어지간히 싫은가보다’ 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럴수 도 있으니까요. 어쩌면 오늘 제가 못참고 짜증을 내면서 싸움까지 갔지만 ( 한 대 칠 기세더군요. ) 평소에 생각하던 자기 아래의 직종 정도의 생각이나, 사람 자체가 싫었던(것 같은)것이 더 크게 그 사람한테 작용했을 수 도 있겠죠.

오늘일을 계기로 제가 이 회사에 계속 있어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솔직히 코더야 널렸으니 누가 와도 상관은 없고, 중요도가 크지 않은 업무로 회사에서 월급을 받는것도 싫고 ( 금액과는 상관 없이), 작년에 제가 또 저보다 한참 어르신인 분 과 한 번 다툰 전적이 있어서 이 회사와 나는 잘 맞지 않는것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

제 성격이 문제일 수 도 있겠지만 지금까지 프리랜서로 생활 할 때나, 회사를 다닐 때에도 이렇게 까지 사람들과 부딫히고 힘들었던 적은 없었습니다.

회사가 업무때문에 관두는 경우도 있지만 사람간의 관계로 관두는 경우도 많기 때문에 이런식으로 가면 안되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좀 더 고민해보고 판단해야겠네요.
대표가 통화하는데 창문에 가서 엿듣는 사람, 자기 뜻대로만 하려는 사람.. 저랑은 사고가 틀린 사람들이긴 합니다.

——————————————————————-

사족 1

혈기 왕성할 때에는 왜 어른들께서 더럽지만 참고 다닌다는 말을 하는지 몰랐습니다. 가정이 있고 자식이 있다보니 그 말이 뼛속 까지 사무칩니다.

예전 같으면 ( 결혼하기 전 이나, 결 혼 후 몇 년정도) 오늘같은 일이 있었다면 내일부터 안나갔겠지만, 환경이 사람을 만들기도 하는군요.

남자 과로사 1위의 나라기도 하지만, 요즘 드는 생각으로는 한국형 회사에 다니는 남자들은 화병때문에라도 수명이 줄겠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정말.. 근근히 살아가다 보니 당장 갈 곳 없으면 눈에 넣어도 안아플 공주님과 아들이 힘들까 마음이 저립니다.

오늘은 ‘직업에 귀천이 있다’는 공주님의 말에 매우 공감을 하고, 심히 부끄러워지는 날 입니다.

사족 2

저희보다 큰 대형 에이전시도 익스플로러 6은 완전히 배제하고 작업하는 곳들이 많이 늘었습니다. 심하게 깨지더라도 자바스크립트로 더 높은 버전의 IE, 또는 다른 브라우저의 설치를 권고하는 메시지가 뜹니다.

클라이언트와 협의가 된 부분을 왜 회사의 담당자들이 6에서 안보인다고 코딩이 잘못되었네 마네 하는지 모르겠네요. 하긴 자긴 6을 사용하니 자기가 보이게 코딩해 달라는 사람도 내부에 있긴 합니다만.. 그렇게 자신들만 알고 가다간 언젠가는 좌초합니다. 험담이 아니라 진심어린 걱정입니다.

일보다 사람에 지치니 정말 한 없이 좌절스럽네요. 이렇게 까지 사람들이랑 부딫혀보긴 처음이기도 하구요. 여기에선 정말 사람들과 많이 부딫히네요. 다 제 문제긴 합니다만.

  • 제 생각에 싸울만 햇습니다.. 하지만 말씀대로 한번 숨한번 더 쉬면 더 좋았을거라는 생각도 듭니다..
    개인적인 감정이 앞서고 상사의 비위만 맞추려는 사람들 때문에 더 힘드실듯 하네요..
    상대방의 입장에서 3번만 생각해 보면 오해가 이해가 되더라는 말이 5-3=2 법칙이 생각납니다..^^

    • 페이퍼북

      감사합니다. 말씀하신 숫자의 법칙은 존재하는 법칙이라기 보다는 그만큼 참고 생각하라는 법칙보다 더 깊은 뜻이라고 생각합니다.
      제 걱정은 동료들과 저의 관계보다도 이 회사가 왜 자신들의 업무에는 서로 교통하지 않으려 하는가에 대한 부분입니다. 디자인은 비주얼로 흐르고, 개발은 옛날 방식을 고수하고 서로의 이해는 줄어드니 결국 저와같은 마찰자가 나타나는 것 아닌가 합니다.

      ‘예전에는 이렇게 까지 사람들과 부딫힌 적이 없는데’ 라는 생각으로 무엇이 문제인지 고민하고 있습니다. ( 물론 화도 많이 납니다. 사람이다보니.. ) 좋은 말씀 감사드립니다.

  • 나스카

    너무 몰두하다보면 조절이 안 될 때도 있습니다. 한 박자만 쉬어 가셨으면 좋겠습니다. 아차… 애기엄마가 근래 들어 제게 많이 해 주는 얘기군요.

    • 페이퍼북

      헉 여긴 어인일로 기억하시고 용케 찾아오셨나요 ^^;
      어차피 한 번쯤 터질 일이었습니다.
      참.. 흔한 사람들은 아니구나 하는 생각이 많이 듭니다.

      흔히들 말하는 앱등이의 블로그에 오셔서 “저 인간 요즘 저러고 사는구나” 하셨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