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05월

29

파괴되어가는 나랏말, 과도한 영어사용.

저는 블로그에 포스팅 할 때 디자인 처럼 원어가 아니면 의미전달이 힘들지 않는한 가급적 영어사용을 자제하는 편입니다. 처음부터 영어를 자제한것은 아닙니다.

언제부터인지 사람들이 이 글을 읽으면 무슨 말인지 알까? 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고, 회사에서 마저도 UI와 UX가 무엇인지 모르는 당황스러운 상황도 있는데, 사용자들이 자주 사용하거나 접할 말도 아니고, 우리말로 알아들을 수 있음에도 굳이 이니셜만 적어가면서 글을 쓸 필요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다 좀 더 신경써서 우리말을 써야겠다는 생각이 드는 계기가 있었는데 한참 제품의 ‘자기잠식’에 대해서 이야기가 많을 때 였습니다.
예를 들자면 ‘애플의 맥북은 아이패드로 인해 카니발리제이션 (자기잠식효과)이 될 것인가?’ 식으로 올라오는 블로그의 글들이 자주 눈에 띄는 때가 있었습니다. 마치 유행처럼 여기저기서 카니발리제이션이라는 단어를 사용했습니다.
특히나 대부분 약속이나 한 듯 ‘카니발리제이션(자기잠식효과)’ 라는 식으로 사용하는 것을 보면서 널리 알려지지도 않은 단어를 ‘Cannibalization(자기잠식효과)’ 라고 적는것도 아닌, 한국어로 카니발리제이션이라 적고 괄호에 자기잠식 효과라고 적어야 하는가? 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이 때 부터 본격적으로 사람들이 알아듣기 쉽게 적어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UI” 나 “UX” 보다는 “사용성” 또는 “사용자경험” 처럼 적기 시작했습니다. 디자인, 프로젝트, 미팅 처럼 원문만이 전달 할 수 있는 느낌이나 볼펜처럼 원래 우리에게 사용되지 않던 말들이 아닌 다음에야 굳이 영어로 어렵게 적고, 일반인들이 이해하기 어렵게 적을 이유는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렇다고 블로그에 영어를 안쓰는 것은 아닙니다만.)

예전부터 회사에서도 쓸데 없이 영어를 많이 사용한다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회의시간에 보면 가관이라는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그 부분은 클라이언트에게 컨택해서 확실히 픽스하고 컨펌나면 진행하는게 어떨까요?”
“프로젝트 킥오프 한 지가 얼마나 됐다고 이렇게 루즈하게 포지션이 흐트러진거야?”

꼭 이렇게 영어를 써야 회의가 되고 대화가 되나요?

‘그 부분은 클라이언트 (또는 고객)에게 연락해서 확실히 정하고 결정되면 진행하는게 어떨까요?’
‘프로젝트 시작 한 지가 얼마나 됐다고 이렇게 느슨해져서? 역할들이 흐트러진거야?’
라고 이야기 해도 될 것들을 왜 이렇게 물 반 고기 반 처럼 국어 반 영어 반 섞어서 사용하는지 답답합니다.

제안서에는 win-win, benefit, relationship 등 영어가 아니면 퇴짜 맞을 것이라 생각하는 것인지, 영작 시험을 보는 것인지 모를 정도로 우리말들이 너무 홀대 받고 있습니다. 제안요청서를 달라고 하면 될 것을 굳이 RFP를 보내달라고 하고 (RFP가 무엇인지 아시는 분?), 어떤 기업은 홈페이지를 MP라고 표현합니다. (다르게 부르는 기업들도 있습니다. 그것도 작은업체들이 아니라.)

언어는 그 나라와 자신의 정체성을 나타냅니다. 언어에는 그 나라의 역사가 담겨 있습니다. 그 나라의 국어와 역사마저 영어로 가르치는 것이 말이 되는 것인가요? 영어에 적응하지 못해 자살하는 학생들을 싫어도 통용어를 쓸 능력이 안돼 자살하는 폐배자라고 말하는 것이 합당하고 정상적이라 생각합니까? 세계화를 위해서 영어를 써야 한다는 논리라면 차라리 어륀지라 표기하지 말고, 미국의 주로 편입하는게 더 낫습니다.

프랑스는 자신들의 언어에 대한 자부심이 높습니다. 프랑스의 문화는 그들의 정서와 역사, 그리고 그들의 말이 만들어 낸 결과물 입니다.
한국이 선진국이 되려면 영어를 잘해서 되는 것이 아니라, 지난 역사에서 잘못된 것은 버리고 찬란하고 진취적이었던 역사를 배우고 적용하고 우리의 문화를 지키고 발전시키는 것입니다.
높은 콘크리트 빌딩, 아스팔트가 깔린 서울에 관광을 목적으로 온 외국인들이 다시 찾지 않는 이유는 더 높은 빌딩이 없어서가 아닙니다. ‘한국만의 문화가’ 소멸 되었기 때문입니다. 자신들의 나라에서 다 볼 수 있는 것들을 애써 한국에 와서 볼 이유가 무엇이 있나요?

경복궁을 가도, 창경궁을 가도 그 앞은 일제시절에 만들어진 도로와 매연으로 가득 차있습니다. 그것을 보면서 정말 마음이 안타깝고 화났던 적이 많습니다. 우리나라의 고궁 어디를 가도 다 마찬가지 입니다. 그나마 친일파가 득세하는 이 나라에서 조선총독부를 경복궁 앞에서 옮긴것이 위안이라면 위안입니다.

영어가 세계에서 국제통용어로 사용되고 선직국들이 영어를 사용하니, 양질의 정보가 영어로 나오기 때문에 어릴 때 부터 영어교육은 필수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물론 그런 말을 하는 사람들의 말대로 좀 더 빨리, 더 좋은 정보를 해외 사이트에서 뒤져보고 찾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꼭 앞서가고 발전할 것이라 생각 하는 것은 잘못된 생각입니다. 핀리핀은 지금쯤이면 개도국은 벗어났어야죠. 역으로 미국의 식민지화 되는 것이 아니라.


출처 : 미디어다음

발전은 지식과 영어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지혜에서 나옵니다. 지혜 없는 지식은 그 자체로는 아무것도 아닙니다.
모든 사람들이 다 영어를 잘 하고 영작을 할 줄 알 필요가 없습니다. 필요하면 통역이 있고, 번역가도 있습니다. 거기에 쏟을 힘을 차라리 다른 곳에 쏟는게 더 낫다고 생각합니다.
세계에서 우리나라만큼 영어교육을 많이 하지만 영어를 제대로 쓸 줄 모르는 나라가 없는 것은 이미 많이 알려진 사실입니다. 그 수많은 시간, 대학교에서 전공을 공부하기에도 빠듯한 시간에 취직을 위해 토익점수를 올리는 ‘방법’에 몰두를 해야하는, 그리고 그것을 조장하는 재벌기업들과 방관하는 국가의 절묘한 하모니를 보세요. 안타깝지 않나요?

몇 년 전에 삼성동에서 모 대학교의 디자인관련 학과 학생들의 졸업발표회에 참여한 적이 있습니다.
너무 놀랬던 것은 준비하면서 실내에서 담배를 피고, 복도에 고등학생들이 하듯 쪼그리고 앉아서 가래침을 뱉고, 입에 욕을 달고 있었습니다. 이후에 주변을 보니 학생들 뿐만 아니라 대학생들, 그리고 젊은 사람들이 남녀 할 것 없이 입에 욕을 달고 살더군요. 졸라, 씨바는 기본이고 이성끼리 대화하면서도 부끄러울 정도로 욕을 양념처럼 섞어 쓰는 모습을 보면서 답답했습니다.

욕은 기본적으로 상대를 비하하는 말입니다. 10대만의 문화라 하기에는 너무나 많이 일상에 퍼져 사용되고 있고, 서로 상대방에게 욕을 하지 않더라도 결국 누군가를 비하하게 됩니다. 가령 “아까 우리 꼰대 졸라 짜증나지?” 정도로 가볍게 예를 들겠습니다.
10대에 욕을 하던 사람들이 20대가 되고, 졸업을 하고 사회에 나오면서도 그것을 버리지 못하는 이유는 인성교육은 내팽게치고 지식교육이 세상의 모든 것인냥 가르친 우리들의 잘못입니다.

과정이야 어쨌든 결과만 좋으면 된다는 엄마들, 사람이 빠지면 자신밖에 모르는 사람으로 성장한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는 기관들, 아이의 꿈보다는 부모의 자랑이 더 중요하고 그것이 사랑인 줄 아는 부모들..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우리말이 제대로 유지되고 이어질 수 있겠습니까? 아이들은 각자 꿈이 있고 존중받아야 할 개체입니다.

“선덕선덕, 노페, 청글, 제곧내, 리즈, 찐찌버거” 등 몇 가지 말만 섞으면 도무지 알아듣기 힘든 신조어와 은어가 우리의 국어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은어와 신조어등은 그 시대를 반영합니다. 알아듣지 못할, 그리고 심각한 말줄임 현상은 무엇이든 빨리해야 좋은 것인줄아는, 그리고 우리의 과거이며 현재, 그리고 우리의 정서인 나랏말을 무시하는 시대적 상황을 들어내고 있습니다.

이런것이 무슨 뜻인지 안다고 좋아할 것이 아니라, 우리의 근본이 흔들리고, 우리의 가정이 흔들리고, 사회가 흔들리는 이 시대를 만든 우리가 반성을 하고 바로잡을 생각을 해야 할 때입니다.
모든것을 획일화 하고 거기에서 조금이라도 튀어나오면 잘라버리는 이 사회에서 우리의 아이들과 나라가 세계화로 갈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면 정말 크나큰 오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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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개인적으로 8월까지 하는?일종의 컨퍼런스에 참여하고 있는데, 너무 쓸데 없이 과도하게 영어를 많이 사용하더군요.
마치 예전에 유행하던 말인 “~하면 해피하지.” 가 생각이 날 정도로요.

오뎅은 일본말이므로 어묵을 사용하자는 것은 다들 찬성하면서 영어에 대해서는 사대주의적인 모습을 보이는 것이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영어를 무조건 쓰지 말자는 것이 아닙니다. 쓸데 없이 있는 말도 영어단어로 바꿔서 사용해야할 이유는 없지 않나요?

덧 : 저는 오뎅을 그냥 오뎅이라고 합니다.

  • User

    공감합니다.
    저도 급 반성을…어느덧 영어가 생활의 일부 아니 꼭 써야만 뭔가 있어 보이는 착각 속에 살아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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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실제로 90년대 말 부터 인터넷 붐이 일기 시작했을때 영어를 섞어서 말하지 않으니 ‘잘 모르는 것 아니냐’는 질문도 받았습니다. 이 또한 사대주의죠. 알아들을 수 있는 말 놔두고 못알아 듣게 이야기 해야 대접받는 문화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말씀드린데로 영어를 쓰지 말자는 것이 아닙니다. 국어는 파괴되어가는데 영어를 쓰면 멋있고 관련업계의 전문가라는 마음을 먹는 것 자체가 정말 부끄럽고 이중적인 태도라는 생각이 듭니다.

      저 역시도 많이 노력해야 하는 사람입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