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05월

08

13년 동안 나의 아들이었던 고양이에 대하여.

13년을 함께 살아온 고양이가 있다. 태어난 지 한 달 만에 우리 집으로 와서 이전에 있던 고양이들과 함께 가족이 되었다. 그래서 일까. 눈도 제대로 못 뜨고 한 걸음도 제대로 못 떼어놓던 녀석이기에 공주님과 내가 각별한 애정을 쏟은, 덩치는 애들 중에서 가장 크고 무거웠지만 늘 아련하게 마음을 만들던 녀석..

재작년 12월24일에 신장염으로 몇 일 못 살것이라는 진단을 받았고, 희망을 가지고 몇 없는 동물 종합병원으로 가서 한 번 더 검사를 받았다.

몇 일을 넘기지 못할거라는 말과 함께 동물의 존엄성을 운운하며 병원에 몇 일 놔두고 돈이나 벌려고 하는 여의사에게 식구와 떨어져서는 소변도 못보고 몇 일동안 밥도 못먹는 녀석을 병원에 놔두고 죽을 때까지 두려움에 떨게 하는 것이 존엄성을 해치는 것이라고 되받아 이야기 해주고는 집으로 데려왔다. 그들이 그렇게 줄여주고 싶어하던 고통을 약으로 대신 받아서.

그 아픈 몸으로 이후로 1년을 넘게 살았고, 이제 1년 5개월 째 들어섰다. 아마도 올 해는 넘기지 못하리라 마음은 먹고 있지만 많이 고통스러워 하면 안락사를 시키리라 생각을 하면서도 자꾸 토할 때 병원에 데려가보지 않았던 미련함이 녀석을 볼 때마다 더욱 미안하게 한다. 어릴 때 부터 다른 애들보다 잘 토했던 녀석이라 그러려니 했던 나의 잘못이 한 생명을 오랫동안 아프게 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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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는 어지간해서는 고통을 표현하지 않는다. 개 처럼 조금 아프다고 낑낑거리고 징징거리지 않는다. 그래서 병원에 가서야 애들이 큰 고통을 참아왔다는 것을 알게되는 경우가 많다. 그게 고양이다.

화장실에 비틀거리면서 들어갔다가 나온 자리에 피가 한 가득 있다. 잇몸이 퉁퉁 붓고, 냄새가 심하게 나고, 피가 조금씩 흘렀지만 오늘처럼 화장실에 피를 뱉어놓은 적은 한 번도 없다. 차마 입속을 들여다보지는 못하고 입만 닦아줬다.

아프지 않고 노후가 되어 죽으면 얼마나 좋을까. 미안하다. 나쁜 아빠 만나서 몇 년을 아픔을 참으면서 살았을 너를 생각하니 너무나 미안하구나.

지난 1년 5개월동안 마음을 먹고 있지만 이젠 더 단단히 먹어야겠다. 아니 이미 너무 흔들리고 있다. 이젠 보내줘야 할 때가 얼마 남지 않았다는 생각에 이미 지금까지 먹었던 마음이, 너무 아프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안락사를 시켜야 하는, 하지만 함께 더 있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욕심이, 혼돈이 쓰나미처럼 덮쳐서 나를 흔들고 있다.

지독하게 겁이 많아서 한 번 혼나면 한동안 나오지도 않던 녀석, 식탁 의자를 뜯어놓은 걸 보고 너무 심하게 때려서 몇 일동안 식음을 전폐하고 숨어있던 녀석.. 그래서 마음이 더 찢어지게 아프다. 사랑해주지 못했기에.

몇 달을 더 살 지, 이제 많이 아파져서 아빠가 너를 놓아줘야 할 때인지 아빠는 모르겠지만.. 아빠의 판단이 결코 실수가 아니길 바란다.

고양이와 사람으로 만났지만 항상 가족이 되어주었고, 아들에게도 좋은 친구가 되어줬던 네가 너무 고맙다. 무거워서 들기도 힘들던 녀석이 1년 사이 종이처럼 가벼워져서 이젠 내 마음을 힘들게 하고, 그 아픈 몸으로 생을 마감해서 또 나를 힘들게 하려고 작정을 했구나.

그래서 애기 때부터 그렇게 너만 보면 애틋했던걸까? 눈만 보고 있어도 슬퍼지고 안고 있어도 안스러웠던 걸까?

더 이상 네가 들어갔다 나온 화장실을 볼 용기가 나지 않는다. 아빠는 마음의 준비가 되었다고 착각을 하고 살았지, 지금까지 마음의 준비는 한 번도 되지 않았었나 보다. 나는 항상 너를 보면서 치유를 받았는데 너는 아빠와 엄마에게 사랑만 주고 가는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