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05월

30

iOS 7, 미니멀리즘과 스큐어모피즘.

스큐어모피즘 (Skeuomorphism)

작년에 애플의 디자인에 대한 실랄한 비판을 적은 글을 하나 보게 되었습니다. “애플의 조잡한 소프트웨어 디자인 철학” 이라는 번역글에서 스큐어모피즘이라는 말을 처음 봤는데, 그 후로 여러 블로그나 온라인 매체에서 스큐어모피즘에 대한 이야기가 쏟아져 나오더군요.

대부분의 경우 링크의 내용 처럼 스큐어몰피즘이 여러가지 이유로 좋지 않다는, 애플의 스큐어모피즘은 이제 마이크로소프트의 윈도우 8 UI(이전 명칭은 메트로 UI)의 플랫 디자인 처럼 되어야 디지털 기기에 맞는 디자인이라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그러더니 애플의 디자인은 더 미니멀 하게 바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조나단 아이브가 스캇포스톨의 흔적을 모두 삭제 하고 미니멀한 디자인으로 모두 바꿀 것이라는 이야기가 흘러나왔습니다. 몇 일 전에는 그것이 거의 기정사실화 된 듯 “애플 iOS7, ‘블랙 앤 화이트’ 디자인 입는다” 라는 제목의 기사를 하나 접하게 되었습니다. iOS7 컨셉이라는 동영상도 하나 보게 되었는데 개인적으로는 충격이었습니다. 이렇게 나온다면 차라리 업그레이드를 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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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 처음 링크에서 말하듯 아이폰의 게임센터는 조금 뜬금없기도 한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정확히 말하면 스큐어모피즘을 잘못 사용한 예 일 뿐이지, 스큐어모피즘의 문제가 아닙니다. 게임이라는 단어 하나만으로 카지노의 테이블로 구성한 것이 문제 입니다. 컴퓨터용 카지노 게임은 있지만 모든 컴퓨터 게임이 카지노 게임은 아니니까요.

잠시 사용되는 단어에 대해서 정리 하고 넘어가겠습니다.

메타포 : 은유라는 뜻으로 어떠한 것을 떠올리게 하는 것. 아이콘이 한 예.
리얼 메타포 : 현실의 다양한 상황이나 형태를 반영하고 떠올리게 하는 것.
스큐어모피즘 : 사물의 형태를 따라가는 것.

메타포는 상당히 포괄적입니다. 명제같은 정의가 아닙니다. 스큐어몰피즘은 메타포의 한 종류로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일단 위키피디아에 검색 해봐도 나오지는 않는걸로 봐선 그리 오래 되지는 않았을 것 같습니다.
사족으로, 사용자 경험(UX)과 사용성(UI)도 수평적으로 보는 사람들이 많은데, 결국 사용성은 사용자 경험의 일부분입니다. 이후로는 메타포와 스큐어모피즘을 따로 구분하지 않고 사용할 수도 있습니다. 대충 읽어주세요. (ㅡ.ㅡ;)

스큐어모피즘이 무조건 정답은 아닙니다. 현실에서 그 형태를 가져온다고 하더라도 컴퓨터라는 사용성과 동떨어진, 실제로 화면에서는 다른 방식이 편리한 것들에 적용하는 것은 옳지 않습니다.

초기 아이팟은 동그란 터치휠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놀라웠고 혁명적이었습니다. 분명 오디오의 손으로 돌리는 볼륨조절 등의 휠에서 가져왔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것을 앱의 동영상 재생기나 mp3 플레이어에 적용한다면 많은 불편함을 느낄 것입니다. 마우스로 클릭하고 모양대로 동그랗게 돌려야 하니까요.

결국 스큐어모피즘은 디지털 기기에서 가장 적절한 메타포로 적절히 사용되지 않으면 디지털 화면에 구현된 보기 좋은 그림 외에는 아무것도 아닙니다.

어떻게 사용성을 높일 수 있을까요??볼륨조절 휠 대신 흔하게 접하는 동영상 재생기의 볼륨조절을 예로 들 수 있을 것입니다.?마우스나 손가락으로 위 아래나 좌우로 밀기만 하면 볼륨조절이 되고, 이것을 스피커 아이콘과 함께 배치하여 ‘소리를 조절하는 바’ 라는 메타포를 삼는 것입니다. 누구나 쉽게 이해하고 간단히 드래그 만으로 소리를 조절할 수 있는, 보기 좋고 맛있는 떡이 되는 것입니다.

 

스큐어모피즘만이 전달할 수 있는 신선함과 참신함, 사용성.

스큐어모피즘은 현실의 사용성을 반영하여 앱을 익히는 시간을 단축하기도 합니다. 그것 자체가 메타포이기 때문입니다.

iBooks의 장식장이 아무짝에 쓸모 없더라도, 우리는 그것을 보고 참 잘 만들었다고 생각하고 정말 책장에 책을 보관하는 느낌과 거기에서 책을 골라 읽는 느낌을 받게 됩니다. 책 모양의 디자인이 오히려 글 읽는 것에 방해가 된다는데 저는 오히려 다릅니다.

제가 스캔한 만화책을 모니터로 보지 않는 이유는 만화책이 주는 책 넘김과, 종이에서 묻어나오는 인쇄된 그림에서 느끼는 감정이 크지 않기 때문입니다. 스크롤 해서 보는 웹툰의 경우는 덜하지만 만화책을 스캔한 이미지는 쉽게 감정이입이 안됩니다.

iBooks의 경우에도 실제 책 만큼은 아니지만 저에게는 책을 읽는 느낌을 디지털 화면에서 전해주기 때문에 스크롤 해서 보는 웹페이지 텍스트 같은 느낌에서 벗어나 좀 더 글에 집중할 수 있는 느낌을 받습니다. 물론 책 모양을 없애고 전체 화면으로 보지만 책을 넘기는 모션이 주는 느낌은 그냥 다음 글이 나오거나 세로로 스크롤 되다가 멈춰서 보는 그런 딱딱하고 기계적인 읽기와는 사뭇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책갈피를 하면 스르륵 빨간 책갈피가 꽂히고, 형광펜으로 줄을 그어 메모할 수도 있습니다. 그냥 디지털적으로 저장만 된다면 정말 지루했을 것입니다.

아이폰의 패스북도 삭제를 하면 파쇄하는 모션이 나오는데 그것이 쓸모 없는 메타포일 뿐인가요? 시각적 만족감 외에도, 삭제를 확실히 했다는 감정적 느낌까지 받을 수 있는 최종 요소입니다. 삭제 버튼을 누르면 끝이 아닌, 삭제 하는 것에 대한 만족감을 받을 수 있는 것입니다.

비주얼 요소에만 스큐어모피즘이 있는 것은 아닙니다.

아이폰에서 스크롤을 하다가 맨 끝에 나오면 튕겨져 나오는 듯한 효과의 바운스볼 역시 현실을 토대로 한 메타포입니다.
사파리를 스크롤 하다가 튕기는 모션을 보게 되면 맨 끝이라는 것을 자연스레 느끼게 됩니다. 이것이 과도한 스큐어모피즘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cpu는 순간적으로 더 사용이 될지 몰라도, 다른 것을 개발하기도 바쁜데 그것을 구현하는 데에 더 시간이 들어갔을지는 몰라도 사용자는 그것으로 문서의 처음과 끝이라는 것을 바로 인지하게 됩니다.
사진앱에서 사진을 찍으면 카메라 셔터 소리가 나고, 화면을 잠글 때 나는 잠금소리 역시 스큐어모피즘입니다. 사진을 찍었다는 만족감, 화면이 잠겼다는 안도감이 필요없는 요소가 아닙니다. 이것은 배려입니다.

아이폰과 아이패드가 사랑받을 수 있었던 이유는 리얼 메타포가 제대로 사용되었기 때문입니다. 맥 역시 그렇습니다. 윈도우만 사용하다가 처음 맥을 접했을 때의 그 놀라움과 즐거움은 곳곳에 숨어있는 맥의 사용성 때문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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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Dock)에 있는 아이콘은 처음 봐도 대충 어떤 것인지 알 수 있는 것들이 대부분이었고, 블라인드처럼 내려오는 경고창 또는 필수창 등은 시각적 즐거움 외에도 거부감을 덜어주는 요소가 되었습니다. 윈도우 처럼 반드시 선택해야만 진행이 가능할 때 창이 살짝 번쩍거리며 강제적인 느낌을 주는 것과는 사뭇 달랐습니다.

 

미니멀.

제가 지금까지 디자인적 요소가 들어간 사이트를 좋아하는 웹개발자들은 딱 두명 보았습니다. 개발자들이 선호하는 웹사이트는 몇 안되는 이미지만 사용되고 텍스트와 간단한 색으로 이루어진, 이미지 버튼보다는 인풋버튼으로 만들어진 사이트가 대부분이었습니다.

개발과 수정이 쉽고, 디자이너나 코더가 없어도 필요할 때 바로 바꿀수 있고, 기능이 바로 적용되기 때문입니다. 기능적으로 뛰어난 사이트에 열광하고 소스를 찾아보는 것은 당연한 것입니다. 하지만 사용자들에게 개발자 입장에서 수월한 것을 권하는 것이 옳은 것은 아니라고 봅니다. 이미지가 적으니 개발도 쉽고, 시스템에 부하도 적게 걸리고, 언제든 수정할 수 있는 기능에 사용자가 원하는 감성과 사용성은 버려져야 하는 것일까요?

사실 이 글과는 조금 상관이 없지만 개발자의 입장에서 본다면 스큐어모피즘은 쓸데 없는 장식에 불과한 것입니다. 아이폰에서, 맥에서 장식적인 요소를 거두어낸다면 분명히 퍼포먼스나 개발기간 등 많은 부분에서 이득이 될 수있습니다. 하지만 사용자들이 더 쉽게 사용하고 더 만족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ios7_02_130530스큐어모피즘은 쓸데없고 과도한 치장과 같고 미니멀은 단순하고 직관적이라는 생각은 잘못되었다고 생각합니다. 미니멀은 쓸데 없는 것을 덜어내고 단순화 하여 명료하게 만드는 것이지 이미지를 걷어내고, 그림자를 걷어내고 플랫 디자인과 타이포그래피를 만드는 것이 아닙니다.

미니멀을 추구하여 버튼이 버튼같아 보이지 않고 그냥 둥근 라운드의 사각형에 글자만 적혀있다면 그것은 미니멀을 추구한 것이지 사용성을 생각한 것은 아닌 것입니다.

 

디지털적이지 않기 때문에 스큐어모피즘은 사라져야 한다?

디지털 시대에 현실에서 사용되던 아날로그적인, 앞으로 사라질 것들을 적용해서는 안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습니다. MS 오피스의 플로피디스크저장 아이콘을 젊은 사람들은 모른다는 것도 하나의 이유로 들기도 합니다(아래한글도 그렇죠?).

그래서 말인데 애플의 키노트나 페이지스등은 저장 아이콘 같은 것은 아예 없습니다. 메뉴에 텍스트와 단축키로 존재합니다.?애플이 무조건 리얼 메타포만 사용하고 비주얼과 이미지로 치장 한다고 생각하는데, 상황에 따라서 변화를 주고 있습니다. 저는 스큐어모피즘은 이런 식으로 존재하는 것이 사용자에게도 좋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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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튠즈이 아이콘을 예로 들자면 기존에 음악을 상징하던 CD와 음표 아이콘에서 동그란 원 안에 음표 아이콘으로 바꼈습니다. CD를 음악을 사용하던 매체로 사용하는 것이 줄기 때문입니다. 많은 사용자들이 예전의 예쁜 아이콘에서 현재의 아이콘으로 바뀐 것에 대해서 아쉬워 했지만(ㅜ.ㅡ) 애플은 이렇게 상황에 따라 스큐어모피즘을 바꾸어가며 사용자들에게 더 친근한 사용성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코다(coda)의 경우에는 아이콘이 자연에 있는 나뭇잎 입니다. 아이들이 플로피 디스크를 모른다고, 종이가 사라진다고 스큐어모피즘은 과도한 비주얼 요소일 뿐이며 사라지고 디지털적인 요소로 바꿔야 한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습니다.

메타포는 매우 중요한 사용성이며 감성적이고 밋밋하고 매마른 디지털 기기에 조금이라도 따뜻함을 느끼게 해주는 요소 입니다.

 

중요한 것은 사용자들에게 전해줄 수 있는 최고의 사용성.

어떤 것이든 결국 디자인은 사용성이 목적이기 때문에 어떤 것이 더 사용성을 올려주는 것인가가 관건입니다. 무엇이 더 맞다 아니다는 결국 그것이 결정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디지털이기 때문에 플랫하고 미니멀 한 것이 답이다? 현실에서 사용하던 것과 대입하면 안된다? 디지털 디자인은 결국 한 번 더 보게 되고, 더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것이 승리할 수 밖에 없습니다.

애플이 오래된 디자인, 스큐어모피즘이라 불리는 메타포를 사용하는 것이 문제가 되어서는 안됩니다. 분명히 필요 없는 곳에는 빼내야 하고, 일관성 있는 구조와 사용성으로 iOS가 바껴야 하는 것은 맞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이제 놀랍지도 않을 정도로 익숙해지고, 좀 더 편하게 변하고 쉽게 접근할 수 있어야 할 접근성에 촛점이 맞춰지지 않고 디자인적 요소가 문제인 듯 한 글들이 너무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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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http://www.apfelpage.de?이렇게 나오면 나 정말 울지도 몰라. ㅠ_ㅠ

스큐어모피즘은 사용자가 실수하는 과정을 줄이고 빠른 습득을 제공할 수 있어야 합니다. 메타포로서 충분한 가치를 가지는 절제된 스큐어모피즘 디자인은 그 어떤 디지털 디자인 보다도 더 가치가 있습다.

하얀 바탕에 숫자만 적혀있는 삭막한 캘린더 앱보다, 진짜 캘린더를 보는듯한 느낌의, 그래서 캘린더에 메모를 하는 즐거움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미니멀이든 스큐어모피즘이든 어느 디자인 방식이 옳다고 싸우는 것은 무의미 합니다. 분명히 상호 보완적이어야 하고 상호 협력적이어야 합니다.

글을 적다보니 스큐어모피즘이 정답이라고 적은 것처럼 되었는데 메타포의 중요성, 그것이 전해주는 사용성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고 한 것입니다. 전해질 것이 전해지지 못하고 비주얼에 급급하면 그것은 아무 소용 없는 것입니다.

가끔 그런 것에 집착하고 디자인만 최고라고 하는, 말그대로 정말 쓸데 없는 치장에만 목숨거는 사람들도 많이 봤습니다. 특히 지난 회사에서는 전체적인 조화를 위해 사이트의 텍스트를 희미한 회색으로 사용하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습니다. 프로젝트마다 거의 빠지지 않고 나오는 글자 색상 이슈가 사이트의 디자인이 더 중요하기 때문에 클라이언트의 요구마저도 고집으로 꺾지 않는, 웹사이트가 정보를 전달하는 가장 기본적인 것 보다 그저 이미지를 배치하고, 충분히 볼만한 비주얼에 배경을 더 넣어 이 정도까지 표현할 수 있다는 자기자랑에 빠진 회사였습니다. 심지어 이미지 폰트로 사이트 전체를 이미지화 시켜버리는 만행도 별로 신경쓰지 않던 곳이기도 했죠. (많은 에이전시들이 이 지경이긴 합니다.)

사람들이 우려하는 스큐어모피즘은 이런것이 아닐까요? 누구나 함부로 입고 소화하기 힘든 옷을 만들어 놓고 불편해도 패션을 위해서 입으라고 하는 디자이너들. 한국에는 정말 이런 자신들만의 자랑을 위한 비주얼적 디자이너들과, 사용자들이 관심도 가지지 않지만 “이게 얼마나 구현하기 힘든 기능인데” 라며 자기의 개발능력에 심취한 개발자들이 많습니다.

마지막으로 컨셉으로 나오는 iOS디자인이나 기사들을 보면서 설마 이렇게 나오겠냐고 걱정하는 사람들이 오히려 많습니다. 걱정은 되지만 조나단 아이브를 믿는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저도 설마설마 하면서 걱정입니다. 윈도우 8 UI 처럼 나오면 정말 충격받을 것같습니다. 물론 그런 디자인이 기대된다고 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오히려 지금의 애플 디자인이 사라질까 걱정하는 사람들이 더 많은 것은 사실입니다.

우리나라 시간으로 6월 11일 새벽 2시에 있을 WWDC 2013에서 정말 빼야 할 것은 확 빼고, 우리가 늘 즐거웠던 메타포는 살아있는, 일관된 사용성과 더 놀라워진 사용자 경험을 만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저는 아이포토의 스큐어모피즘이 미니멀로 사라지는 것을 원하지 않습니다. 브러시가 사라지고, 아이콘으로 대체된 버튼들이 나타난다는 것은 시각적인 즐거움이 사라지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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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큐어모피즘의 당위성을 주장하는 글이 되어 글을 적은 저도 좀 안타깝지만 다시 한 번 말씀드리지만 제가 말하려는 것은 스큐어모피즘이 아닙니다. 메타포는 반드시 필요하며 스큐어모피즘이 미니멀과 반대의 개념이라고 보는 것이 아니라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