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06월

17

iOS 7, 미니멀의 실패와 애플의 퇴보.

희망적인 이야기 부터.

WWDC 2013 키노트에서 iOS 7의 디자인이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힘들 정도로 망가진 이유를 알게 되었습니다.

MacRumors에 따르면 이번 키노트에 사용된 iOS 7 디자인은 애플의 앱 디자인 팀에서 디자인을 한 것이 아니라 마케팅 및 커뮤니케이션 부서에서 디자인을 한 것이라고 합니다. 올 가을 까지 iOS 7 베타가 진행될 수록 아이콘과 룩 앤드 필, 새로운 UI bits가 크게 변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하고 있으니, 정식 버전이 나오기 전 까지는 지켜봐야 할 것같습니다. 원본 링크를 따라 들어간 TNW 의 기사에서는 정식 버전까지 디자인 적인 부분에서 35% 에서 40% 정도 변화 할 것이라고 합니다. 따라서 최소 가을 까지는 4개월 정도 시간이 있고 디자인에 변화가 있을 것입니다.

전문가 수준을 넘는 애플의 앱 디자인팀이 본격적으로 움직이는 것이니 우리나라 처럼 하늘 같은 이사님, 전무님이 “내 맘에 안든다”고 퇴짜 놓지 않는 이상(…) 지금처럼 쓰레기 수준으로 나오지 않겠지만, 아무리 베타 1이라도 이렇게 충격적인 디자인으로 키노트에서 발표하는 것을 본 적이 없었고, 마케팅 부서에서 키노트를 위해 만든 디자인 이라지만 이런 수준의 아이콘으로 키노트를 하려면 차라리 8월 정도에 이벤트를 열어 앱디자인팀이 제대로 디자인하고 적용중인 베타 버전을 발표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희망적인 내용이긴 하지만 오늘은 키노트 당시 iOS 7의 디자인 문제에 대해서 이야기 하려고 합니다. 일단 적던 글 이었고(음..;;) 40%의 디자인 변화가 큰 변화이기도 하지만 상황에 따라 크지 않은 부분일 수도 있어서 약간의 우려가 있는 것은 여전합니다. 문제는 이 기사도 루머일 가능성이 꽤 높다고 하네요. 루머라면 정말 충격입니다 ㅜ.ㅡ.

들어가며.

올 해 열린 WWDC 2013은 기대 만큼 훌륭했습니다. 두 시간이 길게 느껴지지 않을만큼 재미있었습니다. 안정성과 성능에 중점을 둔 OS X 10.9, 맥북에어의 놀라운 사용시간 (11인치 9시간, 13인치 12시간), 특히 맥 프로의 디자인과 크기에 놀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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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OS 7 도 사용성(UI-User Interface) 면에서 정말 많이 바꼈습니다. 훌륭했습니다. 정식 버전이 나오면 설치하고 싶을 정도로 잘 나왔습니다. 그런데 iOS 7은 딱 거기까지 입니다. 디자인 빼고요. 디자인은 정말 이렇게 망가질 수 없습니다. 그것도 애플이라는 회사에서, 아이콘 수준을 거의 안드로이드를 넘어 초급 디자이너에게 외주를 준 게 아닌가 할 정도로 눈을 의심스럽게 했습니다. 이건 심플도 아니고, 미니멀도 아닙니다. 그냥 아주 망작 수준입니다.저에게는 2009년 이후로 애플에 대해서 다른 의미로 가장 충격적인 한 해가 될 것 같습니다. 이건 완전히 쓰레기에요. 쓰레기.

사용성만 괜찮다면 디자인은 좀 별로라도 만족하고 좋아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 디자인에 예민하게 반응하고 살짝 모자란 부분이 있더라도 디자인이 예쁜 제품을 선호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애플 제품은 이 둘을 만족시키는 제품이었습니다. 디자인에 특별히 감흥이 없는 분들도 있습니다. 이번 iOS 7 에 대한 글들도 대부분 디자인은 화사하게 바꼈다 내지는 적응하면 될 것 같다 라는 말이 많은 이유도 그런 이유일 것입니다. 또는 이런 디자인을 원했다 라는 분들도 계실 것입니다. 디자인을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해도 사람에 따라 보편적인 선호도 보다 독특한 선호도를 가진 사람들도 있으니까요.

성격상 얼리아답터도 아니고, 정식 버전이 나오기 전에 베타판을 설치하는 성격이 아닌데 키노트 때 본 것이 의심스러워, 실제로 봐도 이 지경일지 확인을 하려고 설치를 했습니다. 몇 번 만져보고, 스크린샷만 몇 개 뜨고는 바로 삭제 했습니다. 정말 편리해졌고 만족할 정도로 좋아졌지만 이런 디자인을 감수하고 써야 할까 라는 회의감 까지 들었습니다.

월-E(wall-E) 와 이브. 현실과 미니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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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E는 제가 가장 좋아하는 3D 애니메이션입니다. 주인공 월-E는 정말 정말 좋아하는 캐릭터이고, 로봇으로 어떻게 저런 포근함과 감성을 표현할 수 있을까 놀라웠습니다.?멋진 로봇 보다 더 정이 가고, 고물상에 가서 이것 저것 주워오면 마치 지금이라도 비슷한 모양을 만들 수 있을 것처럼 현실적인 모양이기도 하죠. 조만간 만날 수 있을 것같기도 한 모양입니다.

월-E 영화에 등장하는 여자 주인공인 이브는 조나단 아이브가 디자인 했습니다. 애플 매직 마우스와 흡사합니다. 군더더기 하나 없이 아름답고 깔끔합니다. 굴곡도 없어 더 이상 빼려고 해도 뺄 것이 없이 매끈합니다. 조나단 아이브의 미니멀한 디자인 철학이 캐릭터에도 그대로 반영이 되었습니다.

가끔은 격식을 갖추고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느껴보고 싶지만 평소엔 카페나 사람들이 많이 가고 편하게 이야기 하고 떠들 수 있는 맛집이 부담 없는 것처럼, 영화에서 스티브 잡스의 디테일한 월-E와 고급스럽지만 약간은 어려운 이브를 모두 볼 수 있었습니다.

아마도 그래서 영화를 보면서 약간의 미묘한 어색함이나 이질감이 들었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어쨌든 월-E는 각각이 가진 특징을 말로는 표현하기 어렵지만 느낄 수 있었던 영화인 것은 사실입니다.

디자인 영역.

개인적으로는 약간 걱정이 되었습니다. 조나단 아이브가 제품 디자인에는 정말 보석 같은 존재지만 GUI에 대해서는 이번이 처음 검증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GUI를 제품 디자인의 미니멀 처럼 그대로 빼기만 하는 방향으로 진행하지 않을까라는 노파심(응?)도 있었습니다. 물론 조나단 아이브의 뛰어난 디자인 감각을 믿어야겠지만 사람 마음이 어디 그런가요. 우훗~

전 사실 소프트웨어 디자인에 대해서는 다른 사람이 맡는게 낫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인터넷이 활성화 되면서 인쇄디자이너들이 웹디자인으로 많이 옮겨왔지만 다들 도태 되었습니다. 비슷해 보여도 책과 모니터는 달랐기 때문입니다.

자동차는 어떤가요? 자동차의 외형을 디자인 하는 것과 차 인테리어 디자인은 완전히 별개의 디자인입니다. 따로 디자이너가 있습니다. 사용자의 공간인 실내를 외형 디자이너가 살려낼 수 있을까요? 자동차 외관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앞부분을 실내 디자이너가 살려낼 수 있나요?

아이폰으로 치면 자동차 외형은 조나단 아이브의 하드웨어 디자인이고, 인테리어 디자인은 쫓겨난 스캇 포스톨의 작품입니다. 바깥에서 서서 보는 것과 운전자가 안에서 느끼는 것을 만드는 것은 다른 것입니다. 서로간에 이해와 철학은 있을지라도 각각의 전문적인 부분을 모두 이해하기는 힘듭니다. 아름다운 외형에 반하는 것은 아이폰의 디자인, 내부에서 운전자가 보는 것은 iOS의 사용성입니다.

제가 존경하는 분이긴 하지만 조나단 아이브의 디자인 감각은 하드웨어적인 감각이지 소프트웨어는 아닙니다. 제가 감각을 믿는다고는 했지만 그건 저의 바람 일 뿐이고 그만큼의 역량이 되는지는 아직까지 알 수 는 없었습니다. 둘 다 아우를 수 있다면 정말 세기의 천재일 것입니다. 지금 상황으로 봐선 아닌 것같네요.

미니멀.

스캇 포스톨이 쫓겨나고 조나단 아이브가 소프트웨어 디자인까지 총괄하게 되면서 그의 손을 거친 애플의 제품들과, 월-E의 이브에서 보여주듯 iOS 7의 디자인 또한 단순하게 (미니멀, minimal) 갈 것이라는 이야기는 계속 있어왔습니다.

그런데 이번 키노트에서 보니 그게 문제가 아니더군요. 아이콘에 온갖 색을 다 사용하고, 아주 조심스럽게 사용해야 할 형광색으로 도배를 해놓았습니다. 게다가 아이콘 이미지는 너무 조잡한 수준으로, 디자인이라 부르기 민망할 정도의 수준이었습니다. 난 아이폰을 쓰고 싶은데 안드로이드 아이콘보다 못한 아이콘과 디자인으로 안드로이드를 선물받는 듯한 느낌이었습니다. 죽을 때 까지 엿으로 두들겨 맞는 느낌이었습니다. 거지 같았어요. 싫어하는 친구 박규가 찾아온 줄 알았습니다.

ios7_icon_130614아이콘 출처 : Mashable

아이콘을 단순화 하고 그림자를 뺐다고 깔끔한게 아닙니다. 지금까지 아이폰이 더러웠나요? 맥이 지저분 했나요? 지금은 제대로 맞지도 않는 색과 한 눈에 보기에 무엇인지도 모를 디자인으로 완전히 폐품 수준입니다. 호불호가 갈린다, 개인취향이다 말을 하지만 개인취향도 보편성이 있습니다. 안되면 개인 취향으로 돌려버리면 답이 없죠.

사파리는 나침판이 되어버렸고 미리 알림은 노트 처럼 되었습니다. 보는 순간 한 눈에 티켓을 연상시키던 패스북은 저게 뭔가요? 뉴스 가판대는 도대체 무엇인지 모르겠습니다. 자세히 보니 여러권의 책인데 아이북스인가요? ‘뉴스 가관대’로 이름을 바꿔야 할 것같습니다. 미니멀에 발맞춰 퇴보를 한거죠 이건. 거기다가 화가 날 정도로 조잡한 디자인은 어이가 없을 정도 입니다. 이런식의 인식률을 보여주려면 차라리 기존 GUI를 유지하고 이번에 적용된 사용성만 추가하는게 백 번 낫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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픽토그램은 화장실의 남자, 여자 이미지 처럼 누가 보더라도 한 눈에 이해할 수 있도록 직관적이어야 하는데 이전부터 사용하던 동일한 위치의 아이콘마저 이건 뭐지? 하고 눌러봐야 알 수 있는 상태가 된 곳들도 있습니다. 이것은 애플의 정체성이 추락하는 심각한 문제 입니다.

픽토그램화 된 아이콘은 픽토그램의 본질 적인 역할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미니멀이라는 이름으로 포장 된 것입니다. 의미 전달에 실패를 한다면 이건 그냥 도형일 뿐입니다. 그것은 UI 버그나 마찬가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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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OS가 미니멀 스타일로 간다면 앱스토어에 배포되고 있는 야후! 날씨 앱 수준일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군더더기 없고, 필요한 경우 다양한 정보를 쉽게 볼 수 있고 깔끔하고 아름다웠습니다. OS가 이보다 더 이상 미니멀 하면 안된다는 것이 저의 생각이었습니다. 약간의 사족을 더 붙이자면 Solar:weather 날씨 앱의 경우엔 훨씬 단순하지만 3일 간의 날씨밖에 확인을 할 수 없고, 시간 별 날씨를 알아보려고 해도 스크롤하여 시간을 돌리고 확인하는(오후 언제 부터 비가 올지는 바로 확인할 수 없는), 미니멀 자체에는 충실하지만 앱이 가져야 할 기능적인 부분은 포기를 해야 하는 앱이 되었습니다. 결국 이 앱은 몇 번 사용하다가 버렸습니다. 말 그대로 단순함을 위한 앱이었지, 사용성을 위한 단순함은 아니였습니다. 단순함 그 자체가 목적인 앱이었습니다.

심플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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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그래서 OS와 앱은 미니멀이 아니라 심플하게 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꼭 무리를 해서라도 단순화를 시켜야 하는 이유를 모르겠습니다. 미니멀은 절제된 것입니다. 장식을 최소화 하고 단순화 하는 것입니다. 기본에 충실하고 근본에 다가가기 위함입니다.

OS라는 것은, 앱이라는 것은 풍부한 환경을 제공하고, 쉽고 편한 사용성을 제공해야 합니다. 그냥 단순한 디자인, 단순함 자체가 목적이 되어선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결국 상황에 따라서는 필요한 장식과 기교가 들어간 심플함이 OS의 미니멀리즘이라고 생각합니다. 만약 현재의 iOS 디자인이(iOS 6) 정말 과도한 스큐어모피즘과 장식적인 레이아웃 디자인들이 문제라면 그것만 걸러내도 됩니다. 더 걸러내고 더 보기 좋고 편하다면 그것도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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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식 버전에 장소 탭의 대표사진과 사진 수 배경이 검은색 반투명으로 바뀐다면 알아보기 쉽고 잘 구분될 수도 있겠지만, 미니멀을 추구한 지금의 iOS 7은 사진 정보가 지도의 일부분이 되어 구분을 위한 사용자의 노력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장난하냐?

물론 현재의 iOS 6보다 더 심플하고 더 단순하도록 디자인이 가능하겠지만 가장 중요한 본연의 역할인 사용성을 해치는 미니멀 디자인은 OS가 가야 할 길이 아닙니다. 저건 샛길도 아니고 헬게이트죠. 거짓말 하나 안 하고 저 정도의 조잡한 UI 디자인은 저도 할 수 있습니다.

저는 부디 이번 키노트에서 보여준 iOS 7의 미니멀 UI가 방향성만 보여주기 위해 만든 베타 버전이라고 믿고 싶습니다.

미니멀의 한계.

단순해질 수록 고급스럽고 정갈한 맛은 있지만 어색하고 인공적인 느낌이 됩니다. 이성적이고 냉정하고 매마른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이것이 현실이라고 한다면 사람들이 늘 겪고 싶어하는 일상은 아니죠. 그런 환경에서 생활 하게 되면 경직되고 사무적일 수 밖에 없습니다.

앞서 나왔던 이미지 중 안테나 감도를 동그라미로 표시 하는 것은 갈수록 그래프가 올라가는 기존의 안테나 아이콘 보다 훨씬 인공적입니다. 빨리 와닿지도 않죠. 밋밋하고 높낮이 없이 매우 단순하지만 어색하고 낯섭니다. 강약에는 높낮이, 양을 나타내는 꽉 차거나 빈 도형 모양이 익숙한 우리에게 이런 미니멀이 과연 맞는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말이 옆으로 새니 제자리로..

미니멀의 매력을 무시할 수는 없지만 미니멀한 백그라운드에 보편적인 오브젝트와 컨텐츠가 들어가게 되면 전체적인 비주얼이 무너져버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미니멀한 디자인이 다양한 기교만 사용하지 않으면 될 것같지만 매우 어렵습니다. 아무것도 넣지 않고 아름답게 보이게 만든다는 것이 쉬울수가 없죠. 그 것 자체가 상당한 기교입니다. 그러다 보니 미니멀 한 디자인에 무언가 추가를 해야 하는 상황이 되면 매우 골치 아픈 경우가 많습니다.

미니멀 사이트로 유명한 뱅 엔 올룹슨의 사이트를 보면 무채색과 제품 이미지, 텍스트만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매우 깔끔하지만 CAR AUDIO 메뉴 상단에 클라이언트 자동차 업체의 로고가 들어가면서 전체적인 비주얼이 상당히 어색해집니다. 아마 자신들 사이트에 맞춰 무채색으로 바꾸거나 단색으로 처리하고 그림자만 넣고 싶겠지만 로고에 손을 대는 일을 자존심 강한 메이저 자동차 업계에서 허락하지는 않겠죠.

ios7_keynote_130614이것을 겁 없이 할 수 있는 곳은 애플 정도 되어야 할 것입니다. ㅡ.ㅡ;

결국 다시 위에서 말 한 것의 반복이 되는데, 불필요한 장식은 걷고 충실하고 아름다운 OS가 되는 것은 좋지만 미니멀 자체가 목적이 되어서는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심플한 OS가 되어야 합니다.

OS 자체가 너무 단순해지면 앞서 말한 이유로 동작되는 앱들도 그와 어울리도록 디자인 되어야 하는데 잘못하면 오히려 몰개성화된 앱들이 나올수 도 있고 적응 못하는 앱들도 많아질 수 있습니다. (야후! 날씨 앱 처럼) UI에 사용되는 아이콘들은 더 미니멀 해지고 픽토그램으로 전달하고자 하는 의미만 전달하더라도 상관은 없을 수 있지만, 우리가 선택하고 사용하는 일반적인 아이콘은 충분히 감성적이고 만지고 싶을 정도로 아름다워야 합니다. 그건 정보를 전달하는 딱딱한 업무에서, 사람과 통하는 친절한 조언자와 같은 것입니다.

룩 앤드 필 (Look & Feel)

다시 차 이야기를 하자면 BMW나 아우디를 보면 해마다 다른 모양으로 세련되게 차를 만들어냅니다. 그런데도 보면 이건 BMW, 이건 아우디 라고 확연히 구분됩니다. 분명 세련되어졌는데 동일합니다. 이것이 룩 앤드 필(Look & Feel. 이하 룩앤필) 입니다. 네 개의 헤드라이트, 호랑이코라 불리는 라디에이터 그릴 등 그들의 정체성은 유지 됩니다.

운전석은 사용자와 교류하는 공간입니다. 운전에 방해 되는 요소를 없애고 운전을 쉽게 할 수 있고, 편안한 공간이 되어야 합니다. 이 모든 것들이 하나로 모여 BMW의 룩 앤드 필이 됩니다.

공주님에게 iOS 7 베타를 설치하고 보여줬습니다. 충격 받았는지 저게 도대체 뭐냐며 땀을 흘리는 이모티콘을 보냈습니다. 다 좋은데 이번 아이콘은 MS의 플랫 디자인도 아니고 미니멀도 아닌, 그라데이션과 높은 채도로 오래 사용하면 눈이 아프고 저급한, 수준 미달의 디자인입니다.

몇 몇 디자이너들에게 보여줬더니 일관성 이야기 부터 바로 튀어 나오고 수준 낮다는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어떤 디자이너들은 보자 마자 “어쩌겠어요. 적응 되겠죠.”, “포기”, “저 님은 잡스가 아니라서 그래요” 등 다양한 말이 메신저로 오더군요. 이 이야기들은 모두 지금까지 애플이 보여준 소위 ‘애플스러움’과 관련이 있는 말입니다.

지금 상태는 아이콘을 수정한다고 될 문제가 아닙니다. 전체적인 룩앤필이 없는데 아이콘만 차분한 색으로 바꾸고 새로 만든다고 해결이 되나요? 저는 아이콘과 미니멀 같지 않은 미니멀의 문제도 문제지만 완전히 무너져버린 iOS의 룩앤필이 더 심각하다고 생각합니다. ‘애플스럽다’고 말하는 애플만의 색이 사라졌어요. 채도는 높고, 일괄적인 그리드를 적용했다고 하면서 일관성은 없고, 피로야 가라 해도 모자랄 판에 눈에 피로를 가중시키고 있으니 예전의 ‘보면 즐거운 애플’은 어디 갔는지 모르겠습니다.

입체감을 주기위해 배경화면이 움직이도록 플로팅 했다고요? 그냥 유리판 두 장에 다른 그림 그려놓고 움직이는 느낌이지 입체감은 무슨 우라질. 하루 종일 흔들어대면서 화면 볼 건가요? 이것이야 말로 안드로이드 처럼 잠시 재미있어 하다가 딱히 필요도 없고 감흥도 없는 기능적 스큐어모피즘 아닌가요?

GUI, API, 폰트, 톤, 색상, 사용성 등 룩앤필을 만들어 내는 요소는 다양합니다. 이런 것들이 모여서 그것 만의 느낌을 만들어 냅니다. 다 같은 사람이지만 “너 답다” 라는 말을 하는 이유는 그 사람의 다양한 요소가 만드는 룩앤필 때문입니다.

윈도우가 윈도우답고 OS X이 OS X다운 이유는 인터페이스가 가진 룩앤필 때문입니다. 아이콘 하나 고친다고 전체적으로 헝클어진 구성이 바로 잡히지 않습니다. 아이콘만 더 나아지는 수준인 것입니다.

윈도우를 사용하면 그냥 컴퓨터를 사용하는 느낌입니다. 업무적인 느낌이죠. 무미건조합니다. 윈도우에서 즐거움은 동영상을 보거나 게임을 하는 것입니다. 맥을 사용하면 윈도우를 사용하면서 느끼는 것과 다릅니다. 예쁜 실행 아이콘들, “어쩜 이렇게 편하게 해뒀을까?” 하는 여러 부분에서의 작은 감동들(전 그래서 맥을 처음 켰을 때 나왔던 환영합니다 영상을 다시 살려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앱들이 가진 기발함(DVD를 구우면 앱에서 연기가 나는 등), 굳이 책을 사지 않아도 쉽게 사용할 수 있는 아이포토, 아이무비 같은 즐거운 빌트인 앱들 등 컴퓨터를 사용하는 것이 윈도우에 비해서 쉽고 즐겁고 감성적입니다. 이런 것들이 모여서 만족도가 올라가고 재구매율이 올라가고 애플 제품을 더 좋아하게 되는 것입니다.

맥용 앱들 보세요. 위에서 말 한 것처럼 정말 참신하고 기발한 것들도 많고, 사용성을 올려주는 특화된 앱들도 많습니다. 업무적으로 더 즐겁고 쾌적하게 사용할 수 밖에 없습니다. 저는 이것이 바로 맥의 룩앤필 때문에 그러한 환경에서 기발한 앱들이 나오고, 특화된 앱들이 나온다고 생각합니다. 환경이라는 것이 그렇게 중요한 것이죠.

iOS 7이요? 뭐가 있나요? 눈이 즐겁고 예뻣던 아이콘들이 디지털에 맞지 않고 기능적으로 맞지 않다고 다 퇴출 되고 오로지 미니멀리즘만 추구하게 되었습니다. 윈도우의 삭막함을 보는 느낌입니다. 무미건조합니다. 정해진 가이드에서 마음껏 디자인 되던 아이콘들이 모두 규격을 벗어나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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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큐어모피즘이 그렇게 싫다면 시리 처럼 스큐어모피즘은 빼고 심플하고 예쁜 아이콘으로 가면 안되는 건가요? 심플함도 과해서 꼭 그림자 빼고, 리넨 천쪼가리 빼고, 입체감까지 빼서 오로지 미니멀만이 디지털에 맞는 것인가요? 이럴거면 차라리 조나단 아이브는 제품 디자인 파트만 맡았으면 좋겠습니다. 제가 정말 존경하지만 소프트웨어 디자인에 대한 감각은 없다고 봐야 할 정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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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적으로 UI에 사용된 픽토그램 아이콘들은 조잡합이 극에 달합니다. 앨범 리스트의 사진, 공유, 앨범 아이콘을 보세요. 정말 어이가 없어서 헛웃음이 나올 지경입니다. 리스트의 섬네일도 미니멀한가요? 오히려 다듬지 않고, 가공하지 않아서 미니멀이 아니라 초보자 수준의 조잡한 섬네일 디자인입니다. 새로 생긴 컨트롤 센터부터 맥에서 옮겨온 에어드롭 등 수많은 UI에 사용된 아이콘들 역시 훌륭한 사용성과 사용자 경험에도 불구하고 애플스러움이 완전히 사라졌습니다.

배경은 즐겁고 감성적이고, UI는 야후! 날씨 처럼 심플하고 간결하게 가도 충분히 기존의 애플과는 또 다른 애플스러움을 만들어낼 수 있다고 봅니다. 지금 iOS 7에 필요한 것은 바로 그런 룩앤필입니다. 지금 만들어진 디자인은 야후보다도 못한 수준입니다. 아니, 야후가 오히려 애플보다 낫네요. 서로 회사 바꿨나요?

애플스러움이 사라진 룩앤필은 애플의 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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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출처 : dribbble

앞으로 아이폰, 아이팟, 아이패드에서 정말 즐거운 앱 아이콘을 못보게 될지도 모릅니다. 무미건조하고 기능적으로만 뛰어난 업무적 느낌의 기기가 될까봐 걱정입니다. 능률이야 최고겠죠.

차로 말하자면 이 룩앤필을 운전에 최적화 된 차를 만들겠다는 것으로 보입니다. 차는 멋진데 내부는 군용차에요. 제가 봤을 때 지금의 iOS 7은 이런 말도 안되는 룩앤필을 만들어내고 사용자에게 이것이 최선이라고 말하는 것같습니다. 모든 운전자에게 레이싱에 촛점이 맞춰진 컨트롤 전용 운전석을 선물하고 싶은 것으로 보입니다. 이건 사용자 모드가 아니라 개발자 모드죠.

마치며.

스티브 잡스가 그립습니다.

애플이 지금까지 버텨오고 다시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사용자의 감성을 이해하였기 때문입니다. 더 세밀했고, 더 친절했습니다. 스큐어모피즘이니 뭐니 그것이 과했을지는 몰라도 사람들은 즐거워 했고, 구석구석 사용자를 위한 수많은 배려에 감동했습니다.

자동차 엔진에 걸맞는 운전석이 아니라, 겁이 나서 조심스럽게 운전해도 괜찮다고 말해주는 애인과 같은 느낌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지금은 왜 엔진에 걸맞는 속도를 내라고 다그치는 느낌이 들까요? 왜 애플이 가졌던 사람들에 대한 이해가 사라지는 느낌일까요?

애플은 결코 더 좋은 하드웨어, 더 뛰어난 기능과 성능이 다가 아니였고 그것으로 성공한 것이 아니였음을 다시 한 번 생각했으면 좋겠습니다.

정식 버전이 나와봐야 알겠지만 OS X 매버릭스에는 캘린더를 제외하고 UI를 손 본곳은 아직 많아 보이지 않습니다. 제가 걱정 되는 것은 내년에 본격적으로 iOS 7 처럼 대대적으로 뜯어고치고 같은 비주얼을 유지하는 것 아닐까 하는 것입니다. 이번 캘린더 수준이면 그래도 어느정도 이해를 하겠지만 이런 조잡함으로 미니멀만이 목적이 되어 모든 아이콘이 버려지고 텍스트와 기능만으로 가득차게 될까 걱정입니다. 삭막한 맥을 사용하고 싶지는 않아요.

저는 지금 애플의 디자인을 보면서 ‘애플이 매우 위험한 상황으로 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애플이 애플다움을 잃어버릴 때 사용자는 외면하게 됩니다. 변화에 대한 거부가 아닙니다. 애플 답지?못한 길로 가는 것을 말하는 것입니다. 이것은 변화가 아니라고 느꼈습니다. 단기적으로는 아닐지라도 장기적으로는 생각해봐야 할 문제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진심으로 소프트웨어 디자인을 담당할 강력한 인재를 찾아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스티브 잡스가 제품 설계실에 파묻혀 있는 조나단 아이브를 찾아낸 것처럼, 소프트웨어에 대해 진정으로 이해하고 고민하는 인재를 찾아내지 않으면 불편한 운전석으로 인해 사용자들이 외면하기 시작할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키노트를 위해 마케팅팀이 임시로 디자인 한 것이 사실이길 진심으로 바랍니다. 덧붙여서, 맥의 iCloud 아이콘도 형광 끼가 있는?그레디언트 아이콘으로 바뀐다고 하던데, 이것이 조나단 아이브의 선택이라면 정말 개인 취향을 적용하는 것이라고 밖에는 볼 수 없겠네요.


디자인에 내성이 있는(…) 아는 동생 놈에게 iOS 7 디자인을 보여줬더니 “도대체 뭐가 달라 졌어요? 색깔만 좀 바뀐거 같은데” 라고 답변이 왔습니다. “넌 정말 행복한 놈이야. 디자인에 예민한 사람들은 지금 멘붕상태야” 라고 답변을 보냈습니다.

한참을 있다가 갑자기 “사파리 아이콘은 만들다 말은 듯”, “초딩 그림 그리기 수준?”, “(아이콘들이) 어떻게 현재 사용 하는게 더 좋아 보이지?”, “애플이 구멍가게도 아니고”, “차라리 외주를 주든가 하지” 등 메시지를 보내더군요. 너 처럼 디자인 신경 안쓰는 사람이 그 정도라고 말해주었고, 사용성은 정말 확 바껴서 넌 좋아할 거라고 이야기 해줬습니다. 제 주변엔 디자이너 부터 일반 사용자 까지 이렇게 안좋은 평가가 대부분이었습니다.

녹색 자체가 형광성을 가지고 있는 색인데 토글버튼 부터 시작해서 여러군데 엑센트 컬러로 사용한 것을 보면서 과연 이게 그냥 키노트용으로 사용된 것만은 아니라는 불안감도 들었습니다. 디자인 요소를 거의 제거한 타이포 위주의 미니멀 디자인은 컨텐츠의 강도가 강해질 수록 오히려 복잡하고 혼란스러워집니다. 그래서 아이콘도 필요하고, 구분을 위해 볼륨이 있는 선도 사용하는 것인데 이것이 디지털에 맞지 않고, 사용성에 맞지 않다는 말은 미니멀에 대한 옹호일 뿐입니다. 지금 애플은 변화가 아니라 실수를 하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개발자들이 iOS 7 발표 때 환호를 했다고 역설적으로 말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어차피 iOS 7 발표가 있기 전부터 미니멀로 가면 개발자가 할 일도 많이 줄고, 가벼워지고, 빨라지기 때문에 개발자들은 이미 그에 대한 기대가 높았습니다. 물론 그게 나쁜 것은 아닙니다. 더 오래된 기기에 더 최신형 OS를 사용하게 해줄 수 있으니 사용자로서도 좋은 일입니다. 하지만 개발자들에게 디자인 이슈는 필요악 정도 이상으로 보지 않습니다. 디자인 때문에 성능이 죽어서는 되느냐 라는 것이 그들의 생각입니다. 기능과 성능보다 다른 것이 더 중요할 수는 없는 사람들 입니다.

둘 다 중요합니다. 사용자들이 성능만 좋다고 제품을 선택하고 만족한다면 애초에 디자인이라는 분야가 존재하지도 않았을 겁니다. 사람들이 애플에 열광하지도 않았을 것입니다.

저는 제발 미니멀이 답이라는 전재하에 애플의 감수성과 애플스러움, 애플의 룩앤필을 버리는 일이 일어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이것은 오히려 기능상의 스큐어모피즘 입니다.

덧 : 글을 준비하고 있다보니 광파리님의 블로그에 “구글 부사장이 스티브 잡스를 그리워하는 이유” 라는 글이 올라왔습니다.?이번 발표를 보면서 스티브 잡스를 그리워하는 사람들이 많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