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11월

02

PC 이후의 PC가 되려면.

한 때 PC는 가전기기와 차별 되는 길을 걸었습니다. 분명 이름은 Personal Computer 였지만 개인생활의 일부를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말 그대로 ‘개인이 소유할 수 있는 컴퓨터’의 의미였습니다. 사무적 용도, 그리고 전문적 용도가 강한 제품이었습니다.

부팅을 위해 플로피 디스크를 넣고, 워드 프로세서를 실행하기 위해 몇 장의 디스켓을 번갈아 가며 끼워야 했던 시절이었습니다. HDD는 생각도 못했습니다. 이런 컴퓨터가 발전을 하면서?90년대 말 경에는 필수 혼수품목에 들어갈 정도로 인기를 얻게 되었습니다. 인터넷을 하고, 음악을 감상하고, 영화를 보고, 게임도 하고 심지어 TV도 볼 수 있는, 기존에 따로 사용해야 했던 가전기기를 하나로 통합한 필수 가전제품이 되었습니다.

혼수품으로 100만원대 중, 후반 이상의 제품이었던 PC가 이젠 3,40만원이면 구입할 수 있는 제품이 되었습니다. PC로 할 수 있는 일이 이제는 상향 평준화가 되었기 때문입니다.

윈앰프로 음악을 들으면 다른 작업을 하기 벅찰 때가 있었습니다. 게임은 하고 싶은데 사양때문에 하지 못하는 게임도 많았구요. 스타크래프트를 하기 위해 인터넷 카페에 약속을 잡고 모여서 느린 인터넷 대신 로컬네트워크로 친구들과 게임을 했었습니다.

그 이전에는 크로스케이블로 두 대의 컴퓨터를 연결하고 데이터를 아주 느려터진 속도로 전송하면서 도도하게 안경을 살짝 밀어올리는 제스쳐 하나만으로도 바라보는 수많은 남자 자식들이 오줌을 질질 쌌더랬습니다. (당시는 케이블 주변엔 남자 밖에 없던 세상이었습니다. 선구자의 아픔이랄까? 이런 젠…)

요즘은 이런 모든것들을 위해 고사양의 컴퓨터가 필요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특화된 무언가 (이를테면 동영상 작업이나 3D 작업)를 하기위한 경우가 아니면 인터넷 쇼핑몰이나 홈쇼핑에서 저렴한 제품을 구매해도 전혀 문제가 없게 되었습니다.

이제?PC시장은 매출은 있으나 수익 크지 않고 대기업들이 이윤을 창출하기 위해 주력으로 삼던 시대가 끝나버린 것입니다. HP가 PC를 매각하는 것이 굳이 소프트웨어때문만은 아닌것이죠.?예전에는 중요했던 하드웨어 사양이 이제 일반 사용자들에게는 크게 중요하지 않습니다.
이제 PC는 높은 사양을 무기로 비싼가격으로 판매하기가 힘들어 졌고, 자리를 많이 차지하고 전기를 많이 먹는 가전제품이 되었습니다.

애플은 2007년 아이폰을 시작으로 2010년 아이패드를 내놓으면서 시장을 급격하게 변화시킵니다. 애플의 혁신이 도화선이 되기는 했지만 더욱 중요한것은 그 도화선은 이미 이전부터 필요했다는 것입니다.

스티브 잡스가 아이패드를 Post-PC (이하 포스트 PC)라고 했습니다. 앞으로 포스트 PC의 시대가 되든, 넥스트 PC의 시대가 되든 분명 기존의 시장과는 다르게 변할 것이고 앞으로의 시장을 기존의 방식으로 접근하는 것은 버려야 할 것입니다. 앞으로 시장을 장악하고 선점하려면 다음과 같은 내용들이 충족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

 

1. 쉬워야 한다.

지금까지 모든 모바일 기기를 보자면 (랩탑까지도) 들고다니기 쉬운 제품에만 중점을 두었지 사용하기 쉬운 제품을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애플이 크게 성공한 이유는 제품을 사용하기 쉽도록 만들었기 때문입니다. 하드웨어와 컴퓨터적인 사고방식을 사용성과 컨텐츠 소비의 사고방식으로 전환한것이 바로 애플입니다.

PDA나 UMPC, 랩탑, 넷북 등 다양한 제품들이 나왔지만 이슈는 항상 더 뛰어난 성능과 사용시간, 무게에 촛점이 맞춰졌으며 탑재된 윈도우즈 OS와 어플리케이션은 PC의 사용성과 답답한 화면구성에서 벗어나지 못했습니다. 하드웨어와 디자인만 틀렸지 더 나은 사용성은 없었던 것입니다. 오히려 상대적으로 작은 화면에 사용하기 매우 불편한 UI만 되어버린 셈입니다.

소니 VAIO UMPC는 주머니에 들어가는 예쁜 디자인으로 뒷주머니에 노트북을 넣는 인증샷 열풍이라도 일으켰습니다만.. (출처)

이건 정말 뭐하자는건지.. 2007년도의 삼성 UMPC 입니다만 머리 부터 발 끝까지 개발자의 ‘기능적 마인드’만 가득해 보이는 제품입니다. (출처)

애플의 아이폰을 시작으로 시장이 급격하게 바뀌기 시작한 것은 우연이 아닙니다. 사용하기도 어렵고, 할만한 것들도 거의 없던 시장을 PC보다 더 편하게 사용할 수 있는 제품을 내놓은 것입니다.

컴퓨터를 잘 몰라도 아이폰과 아이패드는 상대적으로 사용하기가 쉽습니다. 애플이라서 사람들이 열광한 것이 아니라 애플이 그렇게 만들었기 때문에 열광을 하고 급속도로 시장이 바뀌기 시작한 것입니다.

 

2. 편해야 한다.

쉽다와 거의 같은 맥락이지만.. PDA나 스마트폰을 사용하기 위해 카페에 가입하고 쓸만한 자료를 내려받고 커스터마이징을 해야 했습니다. 간편히 들고다니고 편하게 사용하기 위해 들여야 하는 정성이 필요했습니다. 그나마 어렵게 구한 어플리케이션과 데이터들은 제대로 동작도 되지 않는경우도 있었습니다.

앱스토어나 안드로이드마켓에서 필요한 앱을 고르고 설치하고 사용하면 끝입니다. 내 컴퓨터 앞이 아니더라도 필요할 때 당장 설치해서 사용할 수 있는 사용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간것이 바로 애플의 맥 앱스토어 입니다. 책상위에 있어야 할 아이맥이거나, 어디든지 가지고 다닐 수 있는 맥북시리즈라도 필요한 앱을 찾기 위해 포털에서 검색을 하고 쓸만한 앱인지 다시금 리뷰들을 찾아 확인하고 검색해야 하는 불편함이 사라지고 있습니다.

앱스토어가 그랬듯이 맥도 동일하게 사용하면 됩니다. 더군다나 애플제품은 제품간의 편의성이 올라갑니다. 아이폰과 아이패드의 사용자 경험을 맥에서 동일하게 제공합니다. PC의 성장이 둔화되는 시점에서 맥의 성장이 조금씩 올라가고 있는 이유는 바로 이런 동일한 사용자 경험과, 구매 후 기대치에 대한 만족도가 높기 때문입니다.

이제 iCloud가 공개 되었고 iOS, Mac OS에서 데이터를 함께 공유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것도 마치 원래 그 기기에 들어있던 데이터 처럼 말입니다. 이제 한동안 게임오버의 상황이 벌어지게 될 것입니다.

이동성도 보장이 되어야 합니다. 이동성을 보장하는 가장 큰 부분이 바로 크기입니다. 실제로 컨텐츠를 보는 화면이 작아지는 추세입니다. LCD도 작은 화면의 수요가 늘고 있고 TV시장이 죽기 시작했습니다. 물론 27인치 화면에서 보는 영화와 40인치가 넘는 TV에서 보는 영화가 9.7인치보다는 말할 수 없이 좋지만 어디서든 틈나는 시간에 볼 수 있는 시간이 스마트폰과 태블릿 PC, 랩탑으로 인해 늘어가고 있습니다. (문제는 이 크기를 다시 애플이 애플 TV로 키울것 같습니다만.. 그러고도 남을 능력이 있는 기업이죠.)

3. 컨텐츠 소비에 최적화가 되어야 한다.

PC 보급량의 2%에 불과한 태블릿 PC의 컨텐츠 소비량이 전체 소비량의 20%를 넘습니다. 실로 어마어마한 컨텐츠 소비율을 보이고 있는데요, 현재 태블릿 PC시장의 80% 이상을 아이패드가 점유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제 주변에 아이패드를 가지고 있는 사람 중에 집에서 PC를 거의 켜지 않는다는 사람도 있습니다. PC와 비교했을때 2%에 불과하지만 스마트폰의 보급량과 비교해도 상당히 적은 보급율을 가지고 있을텐데요, 지하철이나 버스에서 태블릿 PC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을 거의 보기 힘들정도니까요. 하지만 태블릿 PC가 얼마나 컨텐츠를 소비하기에 최적화 된 제품인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아이패드보다는 불편하지만 저는 맥북에어 11인치를 가지고 다닙니다. 맥북에어의 맥 앱스토어를 통해 다운받은 앱으로 마치 태블릿 PC처럼 맥북에어를 사용하면서 블로그에 급하게 임시로 글을 작성하거나 메모를 해야할 경우에는 아이패드보다 훨씬 빠르고 편하게 사용할 수 있습니다. 위에서 말한 동일한 사용자 경험으로 맥북에어 역시 컨텐츠 소비가 상당히 수월하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모든 맥 동일.)

twitter, reeder 등의 특화된 앱들로 컨텐츠를 소비하고 앵그리버드, LEGO star wars saga, 문명5 (…) 등 다양한 게임들, 그리고 집에 있는 영화를 밖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앞으로 애플 제품의 컨텐츠 소비는 더욱 늘어날 것입니다. 컨텐츠를 소비하기에 쉽도록 제품들이 통합화 되어가고 있으니까요. 솔직히 섬찟할 정도로 일관성과 사용성, 그리고 애플제품끼리의 높은 시너지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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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퓨터를 몰라도 사용할 수 있을정도로 사용하기 쉽고, 어디에서든 사용할 수 있는 편리한 환경을 제공하는 디바이스가 컨텐츠를 많이 소비하도록 만듭니다. 이것은 컨텐츠의 소비뿐만 아니라 컨텐츠를 생산하는 생산자에게 경제적 이익을 발생시켜주게 됩니다. 어떤 서비스 제공 업체가 새로 생기더라도 접근하기 쉬운 상태라면 그만큼 경제적인 활성화가 더 이루어질 것입니다.

2%의 점유율로 20% 의 컨텐츠를 소비한다는 것은 PC를 대체할 조건이 되는 제품이 PC를 업무용도의 오피스 컴퓨터로 만들것이라는 뜻입니다.

PC가 바로 사라지지는 않겠지만 사용자의 측면에서 좀 더 밀접한 정보형 기기로서의 가치는 이미 상실하기 시작했고, 가정에서는 데이터를 저장하고 TV와 연결하여 영화나 애니나 보는 (응?) 수준으로 전락할 것입니다. 그마저도 거기에 특화된 기기들이 대체를 하거나 NAS 등의 장비가 대체를 하거나 애플TV 같은 엔터테인먼트 컨텐츠를 다루는 셋탑박스에게 밀려나게 될지도 모릅니다.

세상이 빠르게 변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도 한국 기업들은 PC적 사고방식에서 벗어나지 않고 있습니다. 누구도 대항하라고 하지 않았는데 대항마 만들기에만 바쁘고 고사양의 제품을 만들고 대량생산으로 점유율 높이는데에만 혈안이 되어있습니다.

컴퓨터 밖으로 눈을 돌려봐도 마찬가지 입니다. 3D TV시장이 그렇게 광고를 하고 마치 우리 앞에 열린것 처럼 광고를 하지만 시장반응은 미지근 합니다. 일본은 더 높은 해상도의 방송과 TV를 준비중이라고 합니다. 해상도가 높아지면 오히려 실제처럼 입체적으로 보인다고 합니다. (전문적인 부분이라 대충만 알고 있습.. 쿨럭;) 굳이 3D TV를 개발하는 것보다 더 좋은 화질과 해상도로 두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습니다.

스마트 TV는 어떤가요? TV 자체를 스마트 하게 만드려고 하지만 TV를 똑똑하게 만들필요는 없습니다. TV는 방송을 출력하는 디스플레이지 거기에 옵션을 붙인다고 포스트 TV가 될거라 생각하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차라리 애플 TV처럼 셋탑박스를 만들고 TV에서 앱을 실행하고 제휴업체들의 영화를 보는게 훨씬 스마트 한거죠. (제 생각에는 말입니다.)

 

언제까지 이런식으로 언론과 광고를 통해서 시장을 만들고 팔아먹을 생각만 하고 공장굴뚝만 높이 세우면 되던 시절을 잊지 못해 그리워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심지어 정권마저도요.